이랜드의 고민…'백화점 사업 만만치 않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 2010.05.18 08:07

직매입 중가백화점 규모 당초보다 줄여 시작..아울렛 이미지 극복이 관건

이랜드그룹이 기존 아울렛 매장 가운데 1곳을 전환해 '직매입 중가 백화점'으로 만들겠다고 지난 1월 발표했던 것과 달리, 이달 말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에 들어설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 가운데 일부 면적을 할당해 1호 매장을 새로 열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잡았던 계획보다는 직매입 중가 백화점의 출발시점 사업규모가 크게 축소된 것으로 그 배경에 대해 유통 및 패션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백화점 측이 직접 물건을 사들여 고객에게 파는 직매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방식이 관련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도 주목된다.

◇이랜드 '아울렛'이미지 너무 강해..백화점 사업규모 축소해 시작

이랜드그룹은 올 초 야심찬 백화점 관련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기존 아울렛 매장 가운데 1곳을 전환해 메이시나 막스앤스펜서 등 서구의 백화점처럼 직매입 상품의 비중을 높이고, 기존 백화점보다 매출수수료를 크게 낮춰 마진을 줄인 새로운 형태의 중가 백화점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올 상반기 중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10곳까지 확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랜드그룹은 이를 위해 여러 패션업체들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예상외로 큰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이랜드 측은 기존 백화점보다 매출수수료율을 10% 포인트 정도 낮춘 25% 내외로 제시했으나, 기존 백화점에 입점한 패션업체들이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우려해 이랜드의 중가백화점에 들어가는 것을 꺼렸던 것.

한 패션업계 고위 관계자는 "섣불리 들어갔다가 기존 백화점 매장의 매출 하락은 물론 고급스런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될 위험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랜드가 백화점용 직매입 물품을 납품해달라는 내용의 절충안을 내놔 '이 정도면 문제될 게 없다' 싶어서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이랜드그룹은 패션업체의 반발이 이어지자 직매입 중가 백화점의 사업규모를 대폭 줄여, 프리미엄 아울렛 내 대형 편집매장 형태로 직매입 중가백화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다른 패션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랜드 하면 아무래도 아울렛의 이미지가 강하다"며 "대구 동아백화점을 인수하는 등 백화점 사업을 강화하려고 하지만 기존 아울렛 이미지를 극복해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직매입 방식..'패션업계 손해볼 건 없지만…'

패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랜드가 제시한 직매입 가격은 정상 판매가의 30∼40%선 내외"라며 "이는 제조원가에 소폭의 마진만을 붙인 것으로 이랜드측이 정상적인 직매입 조건만 지켜준다면 손해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백화점 매장과 달리 인건비가 들지 않아 낮은 가격에 정상제품을 공급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직매입 방식이라고는 해도 기존 백화점 매장 매출과 상충되는 이른바 '자기잠식'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했다.

이랜드에게도 직매입 사업 방식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랜드의 자체 패션브랜드(PB)가 모두 40∼50여개나 된다"며 "직매입 방식으로 패션브랜드를 망라한 정상제품 편집매장을 구성하면서 얻는 노하우는 기존 PB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울렛 등 기존의 이랜드 유통 매장을 고급스런 이미지로 홍보하는데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