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논현역 덕분 '영동시장' 들썩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0.05.23 09:47

[머니위크 커버] 상권 대변혁/ 지하철 9호선 쇼크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 무렵, 이곳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아직 앳된 모습의 대학생부터 퇴근 후 서둘러 약속장소로 나온 젊은 직장인, 그리고 40대 넥타이 부대까지 대한민국 대표 상권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곳, 어두워지면 어두워질수록 더욱 화려한 불빛을 밝히는 강남역 상권이다.

지난 12일 저녁 찾아간 강남역은 워낙 상권이 발달된 지역답게 북적거리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대로변을 따라 늘어선 대형 의류 매장들마다 사람들이 붐비고, 커피전문점마다 앉을 만한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강남역 상권 역시 변화의 흐름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특히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개통은 상권이 잘 발달돼 있는 강남역이라해도 들썩거리게 만들기엔 충분한 호재 중의 호재. 지난해 신논현역이 개통되고 지금까지 강남역 상권의 변화를 짚어보았다.

◆신논현역 개통, 영동시장 활력

불과 5년 전만하더라도 강남역의 황금 상권은 다름아닌 강남역~씨티극장 사이였다. 대로변을 중심으로 타워레코드, 씨티극장 등 대형 매장들은 물론 역삼역 쪽으로 올라가는 골목까지 음식점이며 주점들마다 밤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는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없다. 이충일 한국창업전략 팀장은 “강남역 1번 출구 뒤쪽을 강남역 중에서도 가장 죽어있는 상권”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저녁 무렵 찾아간 이곳은 강남역을 기준으로 첫번째 골목을 제외하곤 오르막길로 올라갈수록 인적이 점점 뜸해진다. 이 팀장은 “역삼역 근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고깃집이나 점심 장사만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인다.

4년 전 중앙버스전용차선이 생기면서 강남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상권 중심이 교보생명 사거리로 확대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대로변은 예나 지금이나 워낙 붐비는 상권이다. 하지만 중앙버스전용차선과 함께 중심 상권이 분산되는 효과를 낳으면서 굳이 씨티극장 뒤쪽의 오르막 길을 찾는 경우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이 팀장의 분석이다.


최근 강남역 상권에 이처럼 미묘하지만 분명한 동선의 변화를 가져 온 것이 바로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이다. 교보타워 앞에 들어선 신논현역으로 인해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신논현역~영동시장 사이.

영동시장은 예전부터 새마을식당 등 고깃집이나 맛집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인 만큼 직장인 부대의 회식 장소로 사랑 받는 전형적인 야간형 상권이다. 그런데 신논현역의 개통과 함께 영동시장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더 쉬워지면서, 최근 들어 이 부근이 그야말로 황금 상권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상권이 바뀌는 변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쉬운 접근로가 확보되면서 기존의 상권이 한층 더 강화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 팀장의 설명. 실제로 이곳엔 벌집삼겹살 등이 2층 대형매장으로 새롭게 들어서는 등 변화가 한창이었다. ‘고깃집’ 등 기존 업종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형 매장이 속속 들어서며 예전과 다른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팀장은 “워낙 고깃집으로 기반이 잘 닦여 있는 상권이라 퓨전 주점 등의 브랜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한다. 하지만 신논현역이 생기면서 예전보다 강북이나 강서지역의 인구 유입 효과가 컸다"며 "밤풍경만 보더라도 예전보다 지나다니는 사람의 숫자부터 확연히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오피스 건물 덕, 커피전문점도 진출


영동시장뿐 아니다. 신논현역에서 영동시장까지 길목을 비롯해 그 주변으로도 변화의 징조는 포착된다.

이 팀장은 “9호선이 확정되면서 가장 먼저 주변 건물들을 중심으로 대형 건물이 새롭게 들어서거나 재건축을 하는 곳이 많아졌다”고 설명한다. 구멍 뚫린 건축디자인이 인상적인 신논현역 3번 출구 어반하이브빌딩(한스킨 빌딩)이나 곡선의 모던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포스코CC&SS가 대표적. 기자가 찾은 날 역시, 신논현역~강남역 대로변의 몇몇 건물과 교보타워 뒤쪽의 건물들을 중심으로 재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팀장은 “접근성이 높아지니 대형 오피스 건물이 속속 들어오는 추세”라며 “공사 중인 건물들이 완공되고 나면 오피스 상권으로서 매력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논현역~영동시장으로 가는 길목, 대로변을 중심으로 커피전문점이 들어선 것 또한 9호선이 가져 온 상권의 변화다. 이 팀장은 “한집 걸러 한집마다 커피전문점이 자리를 잡고 있는 강남역~교보생명 사거리와는 달리, 지난해만 하더라도 교보생명 사거리~영동시장은 커피전문점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영동시장 방향으로 이 상권이 예전에는 왕래는 많지만 ‘머무는 상권’이 아니라 ‘흐르는 상권’이었다면, 9호선 주변으로 대형 오피스 건물들이 포진하면서 상권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영동시장이 강화되고, 기존의 직장인부대 회식 장소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조금씩 젊은 층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길목에 위치한 커피전문점으로 탐앤탐스가 독보적인 존재였다면, 최근에는 탐앤탐스 맞은편과 주변으로 커피그루나루, 카페베네, 앤젤리너스 등이 새롭게 영업을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커피 대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메인 상권 한발짝만 벗어나도 한산

눈 여겨 볼 것은 이토록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상권임에도 불구하고, 메인 상권에서 한블록만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도 인적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특히 영동시장 입구에서 한신포차까지 고깃집 메인 거리 외에 그 주변의 골목 상권은 드문드문 상가 간판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 이 외에 신논현역 5번 출구에서부터 CGV극장까지 뒷길 역시 강남역 중에서도 비교적 한산한 상권에 속한다.

“강남역 일대는 전형적인 야간 상권이고 또 약속 등의 목적을 갖고 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때문에 고깃집이나 주점 등 자신들의 필요가 충족되는 메인 거리를 떠나, 굳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 냉정한 분석이다.

이 팀장은 “이 근방이 활기를 띠면서 상권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에 이런 곳에 점포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아무래도 창업자 입장에서는 권리금부터 메인 거리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니까 솔깃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싸다는 것만 생각해서 무작정 들어왔다가는 손님이 들지 않아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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