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오바마, 김정일의 비핵화

류병운 홍익대 법대 교수 | 2010.05.13 09:30
각국 지도자의 '말'만 들어보면 지금 세계는 비핵화가 진행 중이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천명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물론 북한 김정일도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하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최근 중국 후진타오와 정상회담에서 말했으니 말이다.

김정일의 한반도 비핵화 재확인 발언은 경제원조와 김씨왕조 세자 책봉을 구걸하는 입장에서 '피바다' 가무단과 함께 중국에 가져간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으로 후진타오조차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이래 25년 동안 국제법상 의무나 스스로 한 수많은 약속을 단 한 차례도 지킨 적이 없다. 예컨대 NPT에 가입했으면서도 당연히 체결해야 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안전조치협정'(Safeguards Agreement) 체결을 미루면서 연료봉 재처리와 고폭실험을 하였고, 지루한 협상 끝에 IAEA 사찰을 수용해놓고도 정작 사찰단이 입국하면 특정 지역은 군사시설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없다는 식의 대응을 반복했다.

또 남한과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물론 미국과 1994년 합의, 즉 경수로 원자로 2기와 에너지를 지원받는 대가로 NPT 탈퇴를 유보한 약속도 결국 휴지로 만들면서 끝내 2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이는 향후 김정일의 북한과 여하한 핵 관련 합의를 해봐야 전혀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오바마의 '핵무기 없는 세계' 추구는 지난 4월 러시아와 핵무기 감축조약 서명, 지금까지 비밀에 부쳐졌던 미국 핵탄두 수 공개 등 진지한 측면이 엿보인다. 사실 NPT는 핵보유국의 핵 감축과 비보유국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의 보장 및 핵무기 제조 금지의 '그랜드바겐'의 결과인데 그동안 미국 등 핵보유국들의 감축의무 이행이 거의 없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었다.

'핵무기 없는 세계'는 핵무기 개발 및 보유를 금지한 보편적 국제규범 확립과 위반자에 대한 확실한 제재로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뉴욕에서 개회 중인 UN NPT 평가회의 서두에서 오바마가 NPT를 '핵확산 방지를 위한 주춧돌'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보면 그의 '핵무기 없는 세계'도 일종의 수사적 표현으로서 그 한계가 암시된다. 현재 그 NPT 주춧돌 위에 세운 집에서 북한은 창문틀을 부수고 나가 불장난을 하고 있고 이란은 그 안에서 계속 벽을 허물고 있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그 집 밖에서 핵무기를 개발했다. 진정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해서는 오히려 주춧돌을 다시 놓고 튼튼한 새 집으로 개축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 즉 북한의 핵무기 포기 없이는 '핵무기 없는 세계'도 없다. 그런데 이번 김정일의 방중에서 보듯 현재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을 통한 북한에 대한 핵포기 압력 카드는 별 소용이 없음이 분명해졌다. 오히려 중국은 김정일의 핵 도발을 관리해주길 바라는 국제사회의 기대를 만끽하고 있다. 나아가 UN의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강화되면 될수록 대중 무역의존도가 70% 넘는 북한의 고삐를 더 확실히 잡을 수 있고 김정일의 핵도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또한 북한이 추가 핵도발을 한다고 해도 UN을 통한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는 거부권을 가진 중국은 물론 경제에 대한 심각한 영향을 우려하는 한국도 반대할 것이다.

더이상 국제사회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과 일본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사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하나 캐나다도 아닌 태평양 건너 한·일 두 나라가 그 약속에만 의존해 증가한 핵위험에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김정일의 핵무장을 묵과하는 중국을 계속 핵보유국으로 대접해줄 이유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IAEA가 통제하는 원전을 계속 수출해야 하고 오바마의 '핵무기 없는 세계'를 정면으로 거스를 수도 없지 않은가. 참으로 답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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