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캔, 日서 기술 독립"-상신이디피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10.05.12 14:44

[CEO 인터뷰]상신이디피 김일부 대표

한국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우뚝 선 2차전지 부품 중에 2차전지의 셀을 담는 알루미늄 캔이 있다. 캔을 플라스틱 소재로 팩(Pack)을 만들어 휴대폰이나 노트북용 배터리로 쓴다.

알루미늄 캔 공급을 계속 일본 업체들에 전적으로 의존할 것인지, 종착지가 보이지 않는 기술개발에 올인 해야 할지 2003년 1월 김일부 상신이디피 대표(사진)는 기로에 서 있었다.

일본으로부터 휴대폰용 2차전지 캔 기술 독립을 꿈꾸며 한 일본 업체와 협력하기로 했지만 이 업체는 설비투자를 끝낸 상신이디피에 '협력불가'를 통보해왔다. 어쩌면 일본을 상대로 경쟁하겠다고 한 마당에 일본 업체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으려 했던 것부터가 순진한 발상이었다.

수십억원이 투자된 시설을 마냥 놀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김 대표는 시쳇말로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기술 개발에 나섰다.

"휴대폰 시장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놀라운 속도로 확대되는 데 이 제품만큼은 우리 손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이런 생각만 했습니다. 뒤에 들은 얘기로는 그 일본 업체가 여러 루트를 통해 한국과 협력하는 데 제동이 걸렸다고 합디다"

김 대표의 도전에 주변에선 1년들 매달려도 성공할까 말까 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수록 오기가 생겼다. 기존 브라운관TV용 전자총 부품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어 물러설 곳도 없었다.

기술 개발에 뛰어든 지 6개월만에 각형 캔 개발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개발을 마친 직후 삼성SDI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각형 캔 기술을 개발한 지 4년 뒤인 2007년엔 노트북에 들어가는 원형 캔까지 개발하고 양산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새롭게 구축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일부 대표의 말처럼 2차전지 캔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오늘날 상신이디피는 존재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지난해 매출은 각형, 원형 캔을 비롯해 캔 뚜껑과 전지 폭발에 대비한 안전장치 등 캔과 캔 관련 사업에서 모두 발생했기 때문이다. 브라운관TV용 전자총 사업은 지난해 완전히 접었다.

2차전지용 캔은 단순히 알루미늄 깡통을 하나 만드는 게 아니다. 원판형 알루미늄 판을 여러 프레스 공정을 거쳐 사각 캔으로 만들고 뚜껑에 폭발 방지용 장치를 달아 부착하는 공정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알루미늄 합금 소재의 단층 구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전지가 제 역할을 하는 데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


캔 기술의 난이도에 대해 김 대표는 "이 부문에서 우리가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설계대로 제품이 안나와요. 아무리 반복을 해도 안돼요"라고 말했다. 지금도 설계대로 만들지 않는다고?

설명은 이어졌다. "공정상 99.9% 설계대로 다 됐는데 0.1%가 안되더라 이거에요. 개발 초기에 이것 때문에 무지 고생을 했는데 0.1%를 우리 기술자가 잡아냈어요. 임기응변과 순간 판단력 하나로 해낸 겁니다. 이걸 못하면 이 사업에 손 못댑니다".

최종학력 고졸 출신의 이 기술자는 1983년 김일부 대표가 상신정밀 창업 때부터 근무해 오늘날 상신이디피의 기술총괄을 맡고 있는 서수용 이사다.

지난해 상신이디피는 사업에 많은 변화를 줬다. 원형 캔 매출이 2008년 7억원에서 1년만에 38억원으로 급성장하고 안전장치는 첫 사업연도에 65억원 매출을 올렸다. 전지 완제품인 패킹(Packing) 사업은 중국 법인에 이관해 175억원 매출에서 52억원으로 줄었지만 중국 법인이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연결재무제표에 고스란히 상신이디피 실적에 반영된다.

상신이디피는 지난해 매출 528억원, 영업이익 3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가 2.5%, 80.3% 성장하고 순이익은 2008년 14억원 적자에서 30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김일부 대표는 올해 기대가 매우 크다. 노트북용 원형 캔 매출 성장이 확대되고 안전장치 등 신사업이 호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올해 매출 목표를 750억원, 영업이익 70억원을 설정했다. 작년 대비 매출은 40%, 영업이익 125% 이상 급증한 규모다. 이마저도 보수적으로 잡은 목표치라고 한다.

김 대표는 "중국 자회사 매출이 지난해 26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올해 연결 매출 1000억원 시대 원년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김일부 대표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캔 소재인 알루미늄 합금 기술이 국내 기업들에 없어 거의 전량을 일본산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몇 개 합금 제조업체들에 개발을 의뢰했고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개발을 끝낸 아이템들에 대해선 테스트도 마쳤다.

"일본에서 알루미늄 합금 수입에만 연간 140억원이 들어갑니다. 개발이 완료된 제품들을 순차적으로 상품화 할 계획인데 올해에만 50% 이상 국산화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회사 수익도 수익이지만 하나하나 우리 것으로 만든다는 게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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