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그리스발 금융위기: 중간 점검

오석태 SC제일은행 글로벌마켓총괄본부 상무 | 2010.05.11 10:40
그리스, 혹은 남유럽의 재정위기는 이제 국제 금융시장 전체 위기로 번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1100억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 그리고 그리스정부의 재정건전화 방안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전세계 주식시장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침내 EU 및 IMF는 총 7500억유로에 달하는 전 유럽 차원의 추가 자금지원 계획을 발표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시장안정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왜 '제2 서브프라임 위기'로 일컬어질 정도로 악화됐을까.

우선 그리스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EU와 IMF의 구제금융 자금이 집행되면서 그리스는 2012년까지 국가부도 사태를 피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리스 국채금리가 10% 넘는 것은 투자자들의 그리스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깊은 불신을 보여준다. 채무상환은 사실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수출해서 갚으면 된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방법이다. 문제는 그리스의 경우 이 방법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다. 파업과 시위의 반복 속에서 그리스 정부가 계획대로 긴축재정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리고 최대 제조업체가 음료회사일 정도로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그리스가 수출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같지도 않다.

PIIGS란 이름으로 불리는 유럽의 '문제국가' 중 시장은 이제 스페인을 주목하고 있다. 경제규모가 그리스의 3분의2에 불과한 포르투갈이나 아일랜드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과거 방만한 재정정책의 결과 국가부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을 뿐 경제펀더멘털은 PIIGS 5개국 중 가장 낫다. 반면 스페인은 유로존 4위에 달하는 큰 경제규모, 실업률 20%의 심각한 경기침체,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재정적자, 관광 및 건설에 의존하는 취약한 산업구조, GDP의 200%에 달하는 민간부채, 주로 유럽계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막대한 외채, 저축은행 등 금융권 구조조정의 지연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다만 스페인의 경우 국가부채가 GDP의 60% 수준으로 낮은 편이며 시장의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그리스보다 높기 때문에 위기시 재정보다는 금융부문에 초점을 맞추는 '민간부채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리스발 금융위기는 유럽 금융기관, 특히 유로존 금융기관들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손실을 조기에 상각하고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및 영국 금융권에 비해 유로존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이 상대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우려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 전 유럽 금융기관의 레버리지가 미국 금융기관보다 더 높았던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그리스발 위기 확산은 다른 유럽국가로 확산뿐 아니라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스발 금융위기는 이제 유로화, 나아가서는 유럽 자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낳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시행이 계속 지연되면서 '정치통합 없는 경제통합'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유럽에서 정치통합 강화보다 경제통합 약화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리스발 금융위기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EU에서 현재 논의되는 5000억유로의 시장안정기금만으로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리스는 결국 채무재조정이 이뤄질 확률이 높다. 재정정책 측면에서 시장은 PIIGS는 물론 영국의 재정안정대책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유로존 금융기관들이 철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 시장 심리는 많이 안정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입증된 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확고한 펀더멘털은 이번 그리스발 금융위기도 잘 견뎌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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