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관리 '새 시대' 열렸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안정준 기자 | 2010.05.10 15:05

EU 7500억 유로 기금 마련… 국제사회 통화 스왑 부활

유럽연합(EU)이 유로존 안정화를 위한 항구적 대응 시스템 구축에 첫 발을 내디뎠다.

EU 회원국들은 10일 긴급 재무장관 회담을 통해 천문학적 규모의 유로존 안정화 기금을 마련키로 하며 유로존 탄생 이후 최초로 역내 국가의 파산을 막기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례적으로 채권시장 개입을 선언해 유럽은 기존의 느슨한 위기 공조 체제에서 보다 긴밀하고 항구적인 대응 시스템으로 이행하기 위한 '미니 국제통화기금(IMF)' 구축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로존 안정화 위해 8600억유로 투입된다= 유로존 안정화를 위해 조성될 기금 규모는 7500억 유로다. 앞서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디폴트를 눈앞에 둔 그리스에 지원키로 한 1100억 유로와 합할 경우 그리스 사태로 촉발된 유로존 위기에 전체 8600억 유로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전체 7500억 유로 규모의 유로 안정화 기금에서 EU가 분담케 될 비중은 5000억유로다. 나머지는 IMF가 지원케 된다. IMF내 유럽국의 기여도를 감안하면 IMF 지원규모는 2500억유로에 이른다.

EU의 분담금 5000억유로 가운데 600억 유로는 우선 기존의 재정안정 지원기금 한도를 500억 유로에서 1100억 유로로 증액하는 방법으로 조달된다.

이 재정안정 지원기금은 EU의 예산을 담보로 집행위원회가 신용도 'AAA'의 채권을 국제 금융시장에서 발행한 다음 이를 통해 재정이 불안정해진 국가에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헝가리, 라트비아, 루마니아 등 3개 비 유로존 회원국이 혜택을 입었다. 이번 재무장관 회담에서는 비(非) 유로존 회원국만 수혜 대상이 되는 기존의 지원 범위를 유로존 회원국으로도 확대 적용키로 결정했다.

나머지 4400억 유로는 이 기금의 수혜국과 나머지 회원국 사이의 차관, 채무보증 등의 방식으로 조달키로 합의됐다. 이 기금과 관련된 정확한 역내 국가별 분담 비중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지난 7일 통과된 그리스 구제금융에서 적용된 국가별 분담 비율과 같은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1230억 유로와 920억 유로를 분담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국제사회 '통화스왑 부활' 적극 동참= ECB는 이날 "유로존의 공공 및 민간 채권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며 유로존 안정화에 적극 개입할 것임을 이례적으로 밝혔다.

ECB는 지난주 까지만 해도 그리스 사태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정부가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유로존의 국채시장 개입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리스 사태로 촉발된 유로존 국가재정위기가 이미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확산돼 금융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극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금융위기 당시 심리적 안정에 큰 효력을 발휘한 통화스왑 프로그램을 재가동하며 유로 안정화에 동참했다.

ECB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달러를 필요로 하는 외국 은행들의 지원을 위해 금융위기 기간 시행한 달러 스왑 프로그램을 재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FRB는 ECB를 비롯, 스위스 은행(SNB), 영란은행(BOE), 캐나다중앙은행(BOC)에 달러를 공급하게 된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도 FRB, ECB 등과 통화스와프 체결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유로존 역내 위기 관리 '새 시대' 열렸다=EU는 그동안 역내 개별 국가는 재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긴밀하고도 항구적 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그리스 사태를 통해 불거진 유로존의 근본적 모순이 이미 임계점에 달했다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이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이웃 국가의 재정 문제에 상호 책임을 지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유로화 단일 통화 체제는 그리스사태로 △ 단일 환율 적용에 따른 국가간 불균형 심화 △ 경상수지 적자 회원국에 대한 관용적 태도 △ 단일 통화 정책과 국가별 재정정책 체제 모순 △ 유로존 역내의 위기 전염 효과에 대한 취약성 등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글로벌 금융시장 일단 진정=이날 아시아 증시는 EU가 의도한 것처럼 긴급 재무장관 회담을 전후해 강세다. 한국시간 오후 2시 13분 현재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7% 강세다. 홍콩 항셍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1%를 넘어서는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유로도 다시 강세로 접어들고 유가도 전주 하락 분을 일부 만회하며 글로벌 금융·상품시장도 전주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달러대비 유로 가치는 1.18% 강세며 서부텍사스산(WTI) 경질유 가격은 2.74% 급등세다.

한편 안전자산으로 상승세에 놓였던 금값은 하락 반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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