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0억 유로 기금, 시장 불안 씻어줄까?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10.05.10 14:19

단기 안정효과 공감… 근본원인 해결엔 상당한 시간, 불안 표출은 지속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이 10일(현지시간) 최대 7500억유로(약 1000조원) 규모의 안정 기금을 마련키로 결정함에 따라 금융시장 안정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역내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유로존 국채 매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기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통화스와프 설립에 합의하는 등 전방위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시 우왕좌왕하던 모습과 딴 판이다. 각국 정부가 공조를 통해 신속하게 대처함에 따라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발 불안감 역시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야기한 근본요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국제 금융시장 회복에는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 금융시장 단기적 안정 효과= 전문가들은 유럽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EU 재무장관 합의사항을 보면 규모나 정치적 의지 면에서 위기가 심화되기 전과 사뭇 다르다"며 "시장이 원했던 기대를 100%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확산되는 불길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시작돼야 하는데 유럽 국가들이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시장 불안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이번 그리스 사태는 심리적 요인이 컸기 때문에 대규모 안정 기금을 조성키로 한 조치가 심리적 불안을 완화시킬 것"이라면서도 "각국의 승인 등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금융 불안 당분간 지속될 것= 전문가들은 지원 대책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구조적 문제 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시장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7500유로의 안정기금이 시장을 안정시킬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사실 그리스 사태는 새로운 위기가 아니라 금융위기가 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 국가인 유로존의 구조적 모순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로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유 연구위원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주장처럼 "그리스의 방만한 재정도 문제지만 유로화 사용으로 자국의 실질적인 경쟁력보다 높은 환율이 지속된 것이 더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리스 포르투갈 등 문제 국가들을 유로존에서 탈퇴시킨 후 모라토리움(대외채무 지불유예)을 통한 부채조정과 통화가치 평가절하 등의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김득갑 연구위원도 "근본적인 불길을 끄기 위해서는 자구노력과 더불어 구조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지만 단시일안에 이뤄질 사안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남유럽 국가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70~80%가 유럽 은행이기 때문에 채무재조정 등이 이뤄지면 이중 20~30% 가량은 이들 은행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유럽 은행 부실 등이 계속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그러나 "이번 사태가 결과적으로 유로존 체제를 공고히 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불안 요인이 종종 표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韓 상대적 건전성 부각될 경우 수혜=정부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재정이 건전한 국가란 평판을 얻어 상대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은 전날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다른 국가에 비해 양호하고 앞으로 더욱 개선될 것"이라며 "위기 해소 과정에서 이 같은 장점이 부각되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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