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25.8원 급등... 은행 창구 "비상사태"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김지민 기자 | 2010.05.06 15:14
# 미국 텍사스에 아들을 유학 보낸 A씨. 요즘 그의 컴퓨터에는 항상 환율 관련 화면을 띄워놓는다. A씨는 6일 아침 출근해서 환율을 체크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아들에게 용돈을 부칠 때가 다가왔는데,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A씨는 아들이 급하다는 정도만 송금하고 환율이 좀 더 내릴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장기 유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B씨는 환율이 급등한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5년 넘게 유학을 가 있는 상황이다 보니 환율에 맞춰 송금하기 보다는 매월 일정 금액을 보내도록 은행에 요구했는데, 환율이 하루 만에 20원씩 오르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 B씨는 6일 환율이 급등하는 것을 보고 환율에 맞춰 송금을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6일 환율이 급등하면서 은행 환전 창구는 비상사태를 맞았다. 환전을 지금 바로 해야 하는지 묻는 고객부터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원화로 바꿀 기회인지 묻는 고객까지, 다양한 문의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환전을 요구하는 수요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 중심가에 있는 은행 지점 환전 창구 직원은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고객들 가운데 급하게 환전하거나 송금하려는 수요는 많지 않다"며 "3분기나 4분기에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일단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히려 가지고 있던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수요가 많은 상황. 다른 은행 창구직원은 "달러를 보유한 교포나 업체에서 원화로 바꾸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달러를 원화로 바꿀 마지막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지점 부지점장은 "환율 상승이 장기적 추세로 보는 고객은 많지 않다"며 "아직까지 원화로 환전을 원하는 고객의 수요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장의 환전이나 송금은 피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은행의 환전 담당 직원은 "지금 송금을 해야 하는 고객들은 꼭 필요한 규모만 송금하고 나머지는 이후 환율이 내릴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며 "아침부터 언제 송금하는 게 좋을지 묻는 고객들이 유난히 많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4일 종가보다 25.8원 오른 1141.3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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