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아파트 7억대에 팔라고 조언하는 은행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도병욱 기자, 김지민 기자 | 2010.05.05 22:03

부동산팀장들 "금리인상시 부동산 더 침체… 투기지 해제해야"

"한 고객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8억 원에 매물로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매수세가 있는 7억3000만원에 내놓으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렇게까지는 팔지 않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이더군요."(A은행 부동산 팀장)

"지금 같은 상황에서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역 같은 규제는 전혀 필요 없습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할 수 있는 요건을 모두 충족했을 겁니다. 사실 현재로선 부동산 투자 상담을 요청하는 고객들에게 해 줄 이야기가 없습니다."(B은행 PB센터 부동산 팀장)

은행들이 금리인상에 대비해 여신전략을 보수적으로 바꾸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 부동산 팀장들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고객과의 투자 상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특히 금리인상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이런 양상은 더해가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부담액이 증가하는 탓에 투자수요 감소는 물론 이자부담으로 주택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더욱 침체"=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국민 기업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90조7495억 원. 지난해 말에 비해 2조 원 가량 늘었다.

은행권 부동산 팀장들은 이런 상황에서 현재 연4∼5%대인 담보대출 금리가 올라간다면 부동산 시장은 더욱 침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돼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집을 내놓는 등 내 집 마련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은행 이광일 팀장은 "부동산 시장은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내재해 있을 때 매매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제대로 돌아가는데, 지금처럼 호재 하나 없는 상태에서 금리마저 인상되면 시장은 더욱 침체될 것"이라며 "주택 수요자들은 더욱 위축되고 이러한 침체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으로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을 감안, 각종 규제를 완화해 거래의 숨통을 트이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B국민은행 박합수 팀장은 "금리인상은 투자자들은 물론 기존 대출자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거래 숨통을 트이게 하기 위해선 양도세 등 세금 완화나 규제를 풀어주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전국에 미분양이 12만∼13만호가 있는데 이를 소화시켜야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미분양 물건들이 팔리고 부동산 시장이 선순환 될 수 있도록 양도세 중과 등 수요억제책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소득층이 더욱 큰 타격"...투자는 보수적으로= 이들은 금리가 오르면 저소득층과 신용등급이 낮은 가계의 채무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득개선 속도가 미흡할 경우 이들 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실이 확산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안명숙 팀장은 "금리가 오를 경우 실수요자나 주택담보대출 리스크가 없는 한계 계층이 더욱 큰 타격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은행보다 금리부담이 높은 상호저축은행 등에 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인데 금리인상은 이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저소득층이 금리인상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장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이 시장 수요를 더욱 옭아매기 때문에 투자에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하나은행 손경지 팀장은 "금리인상이 부동산 금융 수요를 제한하고 조달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시장 자체를 더욱 안 좋게 만든다"며 "시장 매수자들은 집값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 은행 PB센터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 기존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더해져 대출 받아 산 집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줄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는 더욱 거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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