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좋은 직장 있으면 떠날일 없죠"

머니투데이 이경숙 신수영 기자 | 2010.05.10 15:03

[2010 연중캠페인-우리동네 일자리 만들기]지역에 재투자하는 비즈니스 키워야

쾌적하고 안전한 집, 집에서 멀지 않은 일터, 나와 가족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소득, 하루일과를 마치고 가족 혹은 친구와 담소를 즐길 수 있는 여유,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사업의 미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자리를 꿈꾼다. 서울로, 대도시로 모인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일수록 높아지는 건 집값과 경쟁이요, 떨어지는 건 임금과 행복지수다. 만약 내 고향, 우리 동네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면?

◇낙동강변의 석박사들=경북 칠곡군 기산면의 송광매원과 주변 농가들은 요즘 수출 준비로 분주하다. 15일부터 미국의 한 식품업체에 매일 자소 잎 10만 장, 금액으로는 400만 원어치를 수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기농자소가 병충해를 입으면서 한국에 해외 판로가 열린 것이다.

서명선 송광매원 대표는 3년 전, 깻잎처럼 생긴 자소에 식중독을 예방하는 페닐알데히드 성분가 풍부하다는 데 주목했다. 먼저 안정적 공급원이 필요했다. 회사예산 2천여만 원을 들여 주변 50여 농가에 자소 재배법을 교육했다.

교육은 결과적으로 송광매원은 물론 주변 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자소의 미국수출로가 열리면서 인근 농가 네 곳이 추가 소득원을 얻었다.

2001년 설립 후 송광매원은 꾸준히 주변 농가소득에 기여했다. 500년 전 한국 토종 매화나무를 복원한 '송광매'를 인근농가에 보급해 매실을 직접 수매하는 방식이었다. 매화나무가 칠곡군에 퍼지면서 2005년, 군화는 장미에서 매화로 바뀌었다.

좋은 기업이 생기자 인재가 찾아들었다. 송광매원 정규직원 15명 중 4명이 석박사다. 자소 등 경쟁력 있는 농작물에 대한 지경부 연구개발(R&D) 사업을 수행한다.

송광매원은 정규직원 외에 일용직 30여명, 인턴 5명의 일터이다. 80여 농가의 납품처이자 교육장이다. 지난해 교육장ㆍ숙소 등 칠곡 군내 시설과 설비 투자에만 3억5천만 원을 들였다. 한해 매출 30억 원 규모의 기업치고는 큰 투자다.

이처럼 지역민이 설립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지역으로 수익을 재투자하는 사업을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라고 부른다.

서 대표는 "낙동강의 4대강 공사가 끝나면 친환경생태공원을 만들어 농촌체험관광을 더 활성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녹색체험마을’로 도시민을 초대하면서 인근 농가엔 민박소득이, 식당엔 손님이, 송광매원엔 충성도 높은 고객이 생겼단다.

그는 "지역사회에선 혼자 힘으로만은 잘 살 수 없다"며 "우리가 기술개발하고 판로 개척해 주변 농가를 발전시켜야 함께 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깻잎처럼 생긴 자소 잎에는 식중독 예방 성분이 풍부하다. 첫 수출을 앞두고 경북 칠곡군 주민들이 자소잎을 따느라 분주하다.ⓒ송광매원

◇코스닥 상장 꿈꾸는 장애인업체=경기도 구리시의 닭고기가공업체 에이스푸드 사무실에선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린다. 직원들이 발주확인부터 납품까지 오차 없이 움직이려다 보니 다들 전화 받을 짬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그 덕분에 이 업체는 영업 3년 여 만인 지난해 60억 원의 매출에 2600만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신세계푸드, 아워홈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협력업체로 뚫은 힘이 컸다.

이러한 실적의 비결은 무엇보다 품질 관리였다. 2006년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이 업체는 올해 해썹 인증 우수업체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해썹이란 원재료 마련에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각 단계를 관리하는 '안전 및 안전 인증'을 말한다.


그런데 직원 50명 중 35명이 장애인이다. 이중 절반 이상이 중증장애인이다. 이 업체는 노동부 인증 사회적 기업이다. 지난해엔 장애인고용우수사업체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구리시 인근 장애인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이 업체의 사회적 가치를 정부도 인정한 것이다.

전성수 에이스푸드 부장은 "중증 장애인이 전체 직원의 절반을 넘지만 생산성은 뛰어나다"며 "공장 설립 시부터 장애인 고용을 염두에 두고 작업라인 및 직무설계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닭고기 가공업체 에이스푸드 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우주인을 방불케 하는 모자와 작업복은 해썹 인증 기업이란 증거. 작업복을 입은 사람의 절반은 장애인이다. ⓒ에이스푸드

◇지역에 재투자하는 토착기업 중요=송광매원과 에이스푸드엔 공통점이 있다. 지방의 소기업이다. 지역사회에 일자리를 제공한다. 사업으로 얻은 소득을 다른 지역으로 빼나가지 않고 다시 지역 내에 투자한다.

아울러 교육, 사업을 통해 기존기업의 고용가치를 뛰어넘는다. 송광매원은 인근 농가에 소득원을 공급한다. 에이스푸드는 지역 순익 규모가 커지는 대로 저소득 장애인을 대상으로 닭고기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당장은 아쉬운 대로 지역 사회 내 아동공부방과 노인요양시설 등에 닭 날개를 수천 톤씩 기부한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에서 얻은 수익을 다시 지역에 투자하는 순환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커뮤니티비즈니스, 사회적기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혁신 사회적기업 코칭 기관인 사단법인 시즈(SEEDS)의 이은애 이사는 "지역수요를 기반으로 일자리가 창출돼야 지역 내 경제가 살고 다시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제, 사회단체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비영리기구와 시민단체의 사회 운동만으로는 만들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우리 사회에 선순환구조를 만들기에 유효한 수단은 비영리 차원의 봉사가 아니라 이윤이 발생하는 비즈니즈라는 것이다.

◇ 우리 동네 좋은 일자리의 조건
△ 4대 보험, 출퇴근시간 보장 등 기본복지를 갖출 것
△ 사업장 위치가 집과 가까울 것
△ 연봉 수준이 일상생활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것
△ 일하는 보람과 자기실현의 기회를 제공할 것
△ 사업으로서 비전과 전망이 있을 것
△ 지역사회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
△ 지역사회에서 얻은 수익을 지역사회에 재투자할 것
△ 사회 관계회복과 공동체의식 형성에 기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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