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방어 '통안증권 이자부담' 年6조~7조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 2010.05.04 08:57

당국의 환율방어 논쟁..과도한 개입보다 다변화 필요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 대규모 외환을 매입한 것은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 데 따른 것이다.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규모 방어 비용 등 손실이 너무 큰데다 시장 개입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향후 정부 주도의 환율 방어 기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출 경쟁력 확보 미세조정 필요=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1분기 3.8% 상승한 뒤 2분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2분기에 8.9% 떨어진 데 이어 3분기(3.7%)와 4분기(5.8%)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2009년말 환율은 1167.6원으로 전년말(1257.5원)보다 7%넘게 떨어졌다. 올 1분기도 환율은 전분기에 비해 2.1% 떨어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화로 표시한 수출상품의 가격이 올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자연히 수출이 줄고 경제성장에도 부담이 되며 고용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국민총소득(GN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52.9%(08년 기준)이나 된다. 미국 13%, 일본 17.4%는 물론 영국 28.8%, 중국 34.9%보다도 휠씬 높은 수준이다.

당국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환율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나서는 것도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환변동이 심하면 수출입 기업들이 환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달러를 늘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개입비용은 아니고 관리유지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환율하락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분야도 있다. 환율하락, 즉 원화가치 상승은 수입 원자재 가격을 끌어내려 물가 안정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국내 기업들의 외화부채 상환 부담도 줄어들고, 해외여행이나 유학비용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1100원의 의의와 경제적 파장'이라는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연 평균 1276원에서 올 전망치 1100원으로 하락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0.99%포인트 떨어지지만 소비자물가는 약 0.97%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과도한 개입 자제…대책 마련 시급=전문가들은 정부의 급격한 환율 변동을 줄여주는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수준의 외환시장 개입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다만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과도한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율 방어 비용과 환차손 등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게 이유다. 결국 당국의 시장 개입의 수준이 문제라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소 현석원 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은 기본적으로 정도의 문제”라며 “너무 과도하게 방향을 바꾸면 시중 유동성 조정을 위한 통안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 비용과 투기세력 유입과 국제사회 비난 등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우리경제의 개방 속도가 빨라지면서 외환시장 규모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돼 당국의 개입도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정부가 목표를 정해놓고 어떤 수준을 일정기간 지키기는 힘들 것”이라며 “당국이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수급이나 외환건전성 강화를 통해 급격한 환율 변동성을 줄여주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낮춘 것이나, 외국환은행에 대한 단기외채 규제 등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위원은 “정부의 시장 개입은 어떤 특수한 상황으로 환율이 급등락 할 때의 비상 조치”라며 “외화 수급관리나 외화건전성 관리 등을 이용해 환율의 과도한 급격한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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