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통장 들고…'삼성생명에 몰린 큰손·개미'(상보)

머니투데이 강미선 신희은 기자 | 2010.05.03 17:13

삼성생명 청약 첫날 표정...상속용으로도 관심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3일 신한금융투자
여의도지점에 청약 및 상담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몰렸다.

"한전, 포철 이후 주식 투자는 처음이에요."

1988년, 89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국민주 청약 이후 20여년 만에 주식투자는 처음이라는 주부 김모씨(55세). 삼성생명 청약을 위해 5000만원을 들고 이날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

최근 만기된 예금을 찾은 뒤 굴릴 데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증시로 눈을 돌린 것. 증거금율 50%로 계산해 900주를 청약했다. 그는 "주식이라 은행보다 안전하지는 않겠지만 삼성생명의 규모나 성장성을 따져보면 예금보다 낫지 않겠냐"며 "경쟁률이 높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인들, 묵혀놨던 예금 들고 청약

시가총액 22조원으로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인 삼성생명 청약 첫날인 3일.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이용이 많은 데다 청약 첫날이라 한산할 법도 하지만 삼성생명 청약을 받는 증권사 지점은 오전부터 부산했다.

이날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지점을 찾은 한 개인투자자는 "자식 결혼자금과 가족명의 여유자금을 모아 1억원을 증거금으로 2억원을 청약했다"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그래도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최대주주인데 손해야 보겠냐"고 말했다.

직장인 황모씨(33세)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 인근 은행을 찾았다. 증권사와 제휴된 은행에서 예금 등에 묵혀놨던 1500만원을 청약에 넣었다.

그는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너도나도 삼성생명 얘기뿐이라 솔깃했다"며 "여유자금이 적어 몇 주 못받겠지만 아직도 마이너스인 펀드 수익률이라도 만회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반종열 신한금융투자 여의도지점장은 "내방 고객 외에도 주식담보대출 한도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많다"며 "금융상품 담보대출을 받아 청약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마감일에 청약이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공모주꾼'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공모가 11만원이 단기에 차익을 실현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있는 가운데 시총 비중을 고려해야 하는 기관들과 달리 개인은 수익률 전망이 더 좋은 종목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반 지점장은 "삼성생명이 시가총액 상위종목으로 무거운 주식이란 인식이 있어서인지 공모주 단타꾼들 보다는 주식 투자를 안 하던 일반인들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는 상속·증여용 관심

고액 자산가들 중에는 상속, 증여 대상으로 삼성생명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김운배 신한금융투자 강남중앙지점장은 "기본적으로 5억~10억원 가량의 현금동원이 되는 자산가들은 1인당 최대청약 한도를 이미 점검하고 자금을 마련해둔 상태"라며 "삼성생명을 삼성전자처럼 국내 증시의 핵심 블루칩으로 생각하고 증여 대상으로 장기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도 '큰 손'들은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PB센터 직원은 "고액 자산가들 중에는 금리 생활자들이 많은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우량 주식을 최적의 투자처로 여기고 있다"며 "공모가가 비싸다는 논란이 거셀 수록 청약 경쟁률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어 오히려 기회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시중자금 '블랙홀'

삼성생명 공모 청약 열풍에 타 금융권엔 비상이 걸렸다. 서울 새마을금고 A지점에 근무하는 최모씨(35세)는 지난주부터 만기도 안된 적금을 해약하겠다는 고객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고객이 해약한 돈을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넣겠다고 나선 때문이다.

최 씨는 "청약경쟁률이 높으면 배당받는 주식이 많지 않아 높은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고객을 설득했지만 '그래도 일단 청약해보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허탈해했다.

실제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주관 증권사는 지난주부터 신규계좌 개설수가 폭증해 지난주말에는 평소의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신경애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차장은 "시중에 유동자금이 상당히 많다는 게 이번 청약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며 "통상 공모주 투자는 상장 직후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삼성생명은 향후 가치를 보고 장기 보유를 위해 청약하는 고객도 많다는 점이 이전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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