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3위 LG폰 '흔들'…스마트폰탓?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김병근 기자 | 2010.05.04 07:00

스마트폰 및 프리미엄 히트폰 부재 '이중고'속에 수익성 악화로 흔들

LG전자 휴대폰 사업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억1790만대를 판매하며 세계 휴대폰 시장 3위에 올라선 LG폰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 0.2%를 기록하는데 이어, 올 1분기 영업이익률도 0.9%에 그치는 등 내실없는 성장에 빠져들었다. 원인은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의 중심축이 풀터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급전환되고 있는데 LG폰은 변화된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명확한 개념은 없다. 반드시 윈도모바일 등 상용 운영체제(OS)를 장착한 제품만이 아니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똑똑한 폰이 스마트폰이다."
 
지난 2008년말 LG전자 휴대폰사업부문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당시 이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기능으로만 평가했다. 애플 '아이폰'으로 인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온라인장터인 '앱스토어'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스마트폰이 '기기-서비스-콘텐츠'를 연결하는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조성하는 디딤돌이 되고 있음을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발언이다.
 
LG전자는 지난해까지 여전히 신흥시장 중심으로 판매물량을 늘리는데 주력했다. 물론 해외시장에 10종의 스마트폰을 새로 내놨지만, 구색갖추기용이라는 지적만 받았다. 게다가 스마트폰 열풍은 LG전자의 전망과 달리 갈수록 거세지며, LG전자를 전방위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LG전자는 지난해말 부랴부랴 스마트폰 전담부서를 꾸리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어야 했다. 올해 안드로이드폰을 중심으로 20여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올 상반기에 주목할만한 스마트폰이 전혀 없는 상태다. '무늬만 스마트폰'인 일반폰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하반기에나 내세울만한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반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에게 '세계3위' 자리를 내줬던 모토로라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 시장을 향해 잰걸음을 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공개한 '갤럭시S'와 자체 모바일 플랫폼 '바다'를 탑재한 '웨이브폰' 등을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적자에 빠져있는 모토로라조차도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 등을 내놓으며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LG전자는 스마트폰 라인업 구축은 커녕 프리미엄 고가폰 시장에서조차 변변한 히트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야심차게 블랙라벨 시리즈 4탄 '뉴초콜릿폰'을 선보였지만, 기대와 달리 판매는 부진했다.

이는 고스란히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LG전자의 올 1분기 휴대폰 사업은 3조1396억원의 매출에 277억원이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은 19.7%, 영업이익은 20% 줄어든 수치다. 이에 비해 삼성폰은 올 1분기동안 전년동기비 8% 늘어난 8조5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률도 12%에 달해 LG폰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LG전자 협력사들도 울상이다.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부품으로 꼽히는 연성회로기판을 LG전자에 납품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사실상 공장을 놀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삼성전자에 연성회로 기판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공장을 풀가동해도 물량이 딸릴 정도"라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휴대폰업체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일반폰과 다른 시장으로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착실하게 준비를 해온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의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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