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실 뿌리' 놔뒀다 한번에 와르르, 안돼!!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10.05.03 09:46

[금융강국 코리아] <1> 리스크관리 ④운영리스크 손실사건 사례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모기지 채권 부실화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다. 금융회사는 신용리스크를 과소평가했고,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 평가를 부실하게 했다. 이 같은 신용리스크 관리 실패가 100년 만에 한번 올까 말까한 화를 불렀다.

하지만 위기를 불러온 원인을 반추해보면 전통적인 신용, 시장리스크 관리 실패만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운영리스크' 관리 실패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내부 통제제도의 미흡, 담당 직원의 실수, 시스템 오류 등 금융회사에 직간접적으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서브프라임과 운영리스크= 서브프라임 사태의 이면에는 이른바 '약탈적 대출'이 존재했다. 브로커와 모기지업체가 상대적으로 금융지식이 부족한 저소득층에게 상환능력을 초과한 과도한 대출을 유도했다. 대출조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 과도한 금리를 메겼고, 수수료 수입을 위해 반복적으로 차환을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규정은 무시됐고, 모기지 채권 부실화는 더욱 가중됐다.

사기대출도 넘쳤다. FinCEN(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의 2006년 보고서에 따르면 모기지 관련사기는 2002년 5387건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대출 증가와 함께 2006년 2만377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차주와 감정평가사, 브로커 등이 짜고 서류를 위조하거나 감정가와 소득 및 재산을 부풀렸다. 사취(Fraud)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출브로커 관리에도 실패했다. 주택시장이 호황을 누리며 인력수요가 급증하자 모기지 대출업체는 외부 브로커를 주로 활용했다. 정식 대출모집인은 채용과 해고에 어려움이 있었던 탓이다. 그런데 브로커에 대한 별다른 자격요건이 없었다. 브로커 수입은 모기지 계약 건수와 연동됐다. 주로 수수료가 비싼 고위험 상품을 팔았고, 서류를 위조해 불법대출을 일으켰다.

파는 데만 정신이 쏠렸지 충분한 위험 설명이 없었다. 불완전 판매가 횡행했다. 미국의 한 연기금은 2007년 9월 무디스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의 등급을 잘못 평가해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는 것. 2008년 1월 메릴린치는 펀드 가입자에게 충분한 위험 설명 없이 서브프라임 위험 상품을 편입해 손실을 초래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1390만 달러를 지급해야 했다.


◇위험 관리 실패=치명적 손실= 서브프라임 외에도 운영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사례는 많다. 국내 SK 글로벌 사건이 대표적이다. 1997년 SK증권과 계열사가 JP 모건이 개발한 펀드에 투자했다 5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자 JP 모건과 부절적한 주식거래를 했다. 이로 인해 10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고, 공정위는 SK 글로벌에 41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모두 경영진의 부적절한 경영관행과 내부통제 기능이 미흡해 발생한 일이다.

2008년 1월 프랑스 2위 은행이었던 소시에떼 제너럴(SG) 은행에서는 내부사취로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트레이더인 제롬 케르비엘이 사내 보안시스템을 교묘하게 악용, 한도를 넘는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 72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케르비엘은 구속됐고, SG은행은 주요 은행들의 인수·합병(M&A) 대상이 됐다. 닉 리슨과 베어링의 파산은 운영리스크 관리 실패의 고전이 된지 오래다.

씨티그룹이 월드컴의 파산으로 투자자들에게 26억5000만 달러를 지급한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씨티그룹의 정보통신 애널리스트 잭 그루부먼은 월드컴의 부실이 확인됐음에도 매수등급을 유지했다. 월드컴 고위 임원과 친분관계가 있어 재무수치를 조작했던 것. 이를 보고 파산 직전 월드컴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부적절한 마케팅 관행과 준범감시의 미비가 원인이 됐다.

이 처럼 운영리스크는 발생빈도가 낮지만, 금융회사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절차와 관련된 위험이라 인지도 어렵다. 따라서 위험을 정확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관련 리스크를 적절하게 분류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는 모두 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이 수반돼야 가능한 일이다. 전사적 차원에서 운영 위험 관리와 관련한 문화가 형성돼야 하는 이유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