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 "금리 너무 낮다", 인상 얘기나오면 '인상'

박영암 김창익 기자 | 2010.04.30 09:52

한은 "저금리 장기화 금융시스템 안정 저해"...출구전략엔 여전히 '부정적'

금리 인상 논쟁을 벌이고 있는 학계와 당국은 현재 금리가 너무 낮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물가 수준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이미 마이너스 시대에 진입한 지 오래다. 일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가 2%대로 떨어졌고,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3%(통계청)다. 예금금리는 하락추세고, 물가는 상승추세인 점, 이자소득세 등을 감안하면 이미 마이너스 금리인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는 금리의 가격 기능을 왜곡시켜 결국 자원 배분이나 부의 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킨다. 간단히 말해 돈이 갈 데로 안가고, 허튼 곳으로 쏠리면서 자산 버블(거품)을 만든다는 얘기다.

가계부채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성태 한은 전 총재는 퇴임 전 국회 보고에서 70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가계부채 문제를 언급하면서 "자금흐름의 왜곡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상황이 복합불황에 빠졌던 90년대 초반의 일본과 비슷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리는 제로이고 유동성은 풍부했지만 성장은 회복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졌던 일본의 장기불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물론 통화당국, 심지어 정부 여당에서도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은은 29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저금리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공식화 했다. 한은은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금융회사 및 법인의 여유자금이 수익률을 좆아 은행 회전식 정기예금, 자산운용사 MMF, 증권사 CMA 등 단기금융상품을 중심으로 쏠림현상을 보이면서 빈번한 유출입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흐름이 특정 부문에 집중될 경우 금융 불균형이 발생되면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면서도 통화당국은 정작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얘기만 나오면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한다.

경제정책의 수장인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저금리 폐해를 언급하면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기재부 당국자들은 이를 부인하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이 2008년에 비해 많다고 볼 수 없으며 통화의 유통속도가 아직은 그렇게 빠른 단계가 아니다"며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사 부동산이나 증권 등의 자산버블 문제가 불거진다고 하더라도 미시적인 수단으로 충분하다"며 "금리정책은 (파리 잡자고) 해머를 동원하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자산버블에 대한 처방전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미시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엔 한은도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3월 통화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DTI 등 미시적인 정책 수단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재정부와 한은 모두 "민간의 경제성장세가 뚜렷하게 확인 될 경우"란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선 초저금리 장기화는 '저금리 포퓰리즘'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선거를 앞두고 서민과 중소기업을 핑계로 더 낮게 유지하고 있는 것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때문에 한은이 적어도 6월 선거, 멀게는 11월 G20 정상회담 등 정치적 이슈가 마무리 된 이후에나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기인상을 주장하는 측에선 출구전략이 늦어질 경우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인상이 아니라 급격한 인상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동헌 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는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선제적이고 점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시기가 늦어질 수록 경제에 주는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미묘한 변화를 찾아 볼 수 있다. 3월 금통위 후 통화정책방향엔 "향후 금리는 경제상황을 봐가며 '점진적'으로 조절해 나갈 것임"이라고 돼 있던 게 4월 금통위 후엔 점진적이 '적절히'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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