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콘듀잇, 초단기화 파급은?

더벨 황철 기자 | 2010.04.29 11:13

만기 1일물 ABCP 대거 발행 지속…수급불안시 혼란 가능성

더벨|이 기사는 04월21일(16:3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 콘듀잇이 발행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만기가 극도로 짧아지고 있다. 2조원이 넘는 잔액 중 3분의1 정도가 만기 1일물로 구성돼 있다. 일부 콘듀잇은 발행물 전부가 매일 만기 도래한다.

일반적으로 콘듀잇은 3개월물 중심으로 롤오버 스케줄을 짜고 이자율스왑 등으로 헷지에 나선다. 하나은행처럼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경우는 드물다.

하나은행은 2008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1일물 ABCP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 하나은행은 금융비용 절감이나 외부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단기자금시장 경색이나 금융위기 발생 시 CP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레딧물 수요에는 한계가 있어 한 기업이 매일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가면 타 업체들은 그만큼 투자자 찾기가 어려워진다. 시장이 경색될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자금 마련에 더 큰 애로를 겪을 수 있다.

ABCP 발행액 2조2652억원, 금융권 최대

하나은행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콘듀잇은 총 5개(빅팟이천칠·그랜드팟이천팔·티디솔레이르·퍼스트클래스마스터·포스트파인유동화전문). 이들이 발행한 ABCP 규모는 19일 현재 2조2652억원에 달한다. 이는 콘듀잇을 운용하고 있는 금융사 중 최대 규모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 말까지 2조4213억원의 ABCP 잔액을 보유하다 연말 결산 당시 1조5376억원까지 축소했다. 12월 한 달에만 전체 물량의 3분의1 이상(36.5%; 8837억원)을 처분한 것. 콘듀잇 위험성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시각을 반영해 재표상 자산 규모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해가 바뀌자마자 1월 한달동안 8616억원을 순발행해 잔액을 2조3393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소폭 감소 추세에 놓였지만 여전히 2조2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 콘듀잇이 이처럼 탄력적으로 자산 규모를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있는 것은 초단기에 집중한 만기 구조에 있다.



현재 하나은행 ABCP는 만기 1개월 이하가 3분의2 정도(1조5412억원; 68.04%)를 차지한다. 그나마 1개월물까지는 정상적 스케줄에 따라 차환 발행이 가능해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문제는 만기 하루짜리로 돌려막기를 계속하고 있는 ABCP가 7551억원(33.33%)에 달한다는 점이다. 10일물 이하까지 합하면 8301억원 어치가 초단기 ABCP로 구성돼 있다.

타 금융사 콘듀잇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조달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콘듀잇은 1개월~3개월 단위로 차환발행을 거듭한다. 기초자산의 원리금 유입 기간과 만기를 맞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경우 만기 하루짜리 수천억원 어치를 변동 금리로 조달하고 있다. 사실상 콜론이나 마찬가지다.

만기 1일물 1/3 "은행권 콘듀잇 중 이례적 현상"

하나은행 콘듀잇이 1일물 ABCP를 본격적으로 발행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11월부터다. 2008년 중에도 간간이 7일 이하 만기 물량이 발행되긴 했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그러나 2008년 말부터는 적극적으로 하루짜리 CP를 발행해 지금까지 롤오버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퍼스트클래스마스터는 ABCP 전액(1000억원)이 1일물로 구성됐고, 티디솔레이르 역시 전체 2000억원 중 1400억원이 하루마다 만기가 돌아온다.

이밖에 그랜드팟이천팔(2822억원), 빅팟이천칠(2329억원)도 수천억원의 자금을 매일 돌려막고 있다.

시장에서는 돌발 상황 발생 시 크레딧 마켓에 혼돈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타 기업의 자금 조달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기금융시장 경색으로 수급이 불안해질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은 투자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은행 규모를 볼 때 현재 콘듀잇 규모가 자체 건전성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며 "다만 자금시장 경색 때 만기 하루짜리로 투자자를 싹쓸이 할 경우 시장 전체를 출렁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본격적으로 1일물 CP를 발행한 시기가 금융위기가 한참이었을 때"라며 "다행히 당시 CP시장이 크게 위축되지 않아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향후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해 수급 불안이 생기면 기업들의 자금줄을 죄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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