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를 보면 이런 경향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문민정부 때에는 야당인 민주당 조순 후보가 42.4%의 지지율로 민자당 정원식 후보를 눌렀다. 100만여 표 차이의 압승이었다.
국민의정부 때 여당인 국민회의 고건 후보가 승리하긴 했지만 이후 실시된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는 모두 야당이 웃었다. 참여정부 집권 초반기인 2002년 6월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집권 후반기인 2006년 6월에는 같은 당 오세훈 후보가 각각 승리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선거는 여당이 절반 쯤 지고 들어가는 선거다. 잘해야 '본전치기'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이 지난 28일 공개적으로 "누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든 현재 상황이 안 좋다"고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우세하다는 관측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정 위원장은 "비상하게 대처해야 하는데도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원래 판이 그렇다"고 강조했다.
야당 유력 후보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과 연륜에 '무죄선고'라는 날개까지 달았다. 내달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기점으로 폭발할 '노풍(盧風)'과 결합하면 그 파괴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고민이다.
한마디로 대책 없는 낙관론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니 대오각성하란 뜻이다. 최근 한나라당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조사 결과 한 전 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내로 들어온 것도 여당이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를 취한 이유 중 하나다.
여권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정권재창출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며 보수층 결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니대선'으로 꼽히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해 수도를 빼앗기면 대통령의 레임덕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점도 '집토끼'의 위기감을 자극하는 명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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