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해외 교차생산 동의받아라"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10.05.03 09:58

현대·기아차 글로벌화에 따른 노사갈등 본격화…"5월 잔업, 특근 전면거부 경고"

기아차 노조가 해외공장 생산에 또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해외공장 '현대차-기아차 교차생산'을 사전에 노조와 합의하라고 요구했다.

교차생산은 한 공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를 혼류 생산하는 것으로 현재 현대차 체코공장(기아차 유럽전략형 모델 벤가 생산),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현대차 투싼ix 생산) 등에서 실시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공장에서도 올 하반기부터 교차생산을 시작한다.

기아차 노조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공동화를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경영권을 침해하는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아차 노조는 이와 함께 일감이 부족한 소하리공장의 장기 대책을 요구하며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이달중 전 공장의 잔업과 특근을 거부할 방침이다.

2일 기아차 노사 등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최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해외공장 생산비율제와 함께 '해외공장 현대-기아차 상호교차생산 금지'를 올해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이같은 요구안을 법적 효력을 지니는 단체협약에 명문화한다는 목표다.

기아차 노조는 금속노조 차원에서 추진 중인 해외공장 생산비율제와 별도로 교차생산을 제한해 해외생산을 일정 비율로 조절하면서 해외 신규투자도 국내로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단체협상을 하지 않아 별도 요구안이 없지만 동의 없는 해외공장 확대에 역시 부정적 입장 인만큼 이후 비슷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교차생산 자체를 전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 노조와 사전협의를 하라는 것"이라며 "2002년부터 국내공장 투자보다 해외공장 투자가 많아져 국내공장은 보수만 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교차생산이 확대되면 시설투자가 해외공장으로 집중되고 생산도 해외공장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외공장 전체 생산능력은 현대차가 190만대, 기아차가 103만대지만 실제 생산은 이보다 50여만대 가량씩 적다. 교차생산으로 각 해외 공장의 추가 생산여력이 활용되면 국내생산이 위축돼 고용불안을 가져온다는 논리다.


기아차 노조는 당장 소하리공장(카니발, 프라이드, 오피러스 생산)의 경우 물량이 없어 지난 달 중순부터 잔업, 특근이 아예 없다고 밝히고 있다. 소하리 엔진공장에서 만들던 중대형 디젤엔진 KJ를 2011년 단종하고 외주화할 계획이어서 140여 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할 예정이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소하리공장에 대한 신차투입 계획 등 중장기 전망을 내놓지 않으면 이달 중 전 공장에서 잔업, 특근을 거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기아차는 노조의 요구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회사 측은 "소하리공장 문제는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장기비전을 만들 것"이라며 "해외공장 생산운영은 글로벌 시장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독일 BMW노조는 해외생산 확대에 따른 고용유지를 위해 근로시간을 1시간 늘리면서도 임금은 동결했다"며 "노조 스스로 경쟁력 향상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공장 투자를 늘려 최신설비로 자동화하자고 하면 이 역시 잉여인력 문제 때문에 노조가 반대한다"며 "다른데서 생산돼야 더 잘 팔리는 신차를 인위적으로 투입하기보다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현대차의 해외생산이 국내생산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같은 갈등은 심화될 전망이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생산물량이 곧 고용이라 갈등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노사가 충분한 사전협의를 하고 정보를 공유해 상호 신뢰확보에 힘쓰지 않으면 사태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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