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의 사례긴 하지만 공모가 11만원의 의외성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내기를 한 10여 명의 같은 팀 직원들은 공모가에 가장 근접한 가격을 써낸 이에게 각자 건 돈을 몰아주기로 했다.
내기 첫날 '후배들 밥 한번 사 준셈 치자'는 선배, '선배 커피 한잔 대접했다'는 후배 등 몇몇 소신파들만이 자신만의 예상 공모가를 써 냈다. 눈치작전은 최종 공모일에 가까워질수록 심해졌다.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섰지만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비행기가 뜨지 못해 영국에서 동분서주했던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의 얘기, 상장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사기혐의로 제소된 일 등 배팅금액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공모 예정가액(밴드)이 주당 9만~11만5000원이었다. 비관론자들은 9만원대를 겁 없이(?) 써냈고 나름 충성파들도 10만원 대 초반을 넘기지 않았다.
의외로 용감한 이는 10만5000원을 쓴 한 직원이었다. '충성심과 자부심은 좋지만 글쎄…'라는 분위기도 묘하게 흘렀다.
23일 오후 5시42분 공모가의 뚜껑이 열렸다. 11만원이었다. 충성파 직원은 쾌재를 불렀고 판돈 모두를 가져갔다. 내기 돈 몇 만 원뿐 아니라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각별하다는 눈도장까지 얻어내는 부수입도 있었다.
이밖에 공모가 11만원이 확정되면서 우리사주 청약을 하려는 직원들과 일반 공모청약을 희망하는 이들도 상당한 혼선을 겪고 있다. 10만원 대 초반 정도를 예상하며 마련했던 대출계획이나 자금 마련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청약 절차(5월3~4일)를 거쳐 다음달 12일에 상장할 예정이다. 주당 11만원, 시가총액 22조원 거인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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