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카드? 갈등카드? 김무성 출마에 박근혜는

심재현 기자, 박성민 기자 | 2010.04.26 16:01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침묵을 지켰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으로 동고동락했던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이 이날 차기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지만 박 전 대표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반대' 의사를 비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일부 의원과의 모임에서 김 의원 출마건을 굳은 표정으로 외면하거나 "모른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선 지난해 5월 친이(친이명박)계가 당 화합책으로 김 의원을 원내대표에 추대하려 했을 때와 달리 이번엔 박 전 대표가 직접 반대하고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2월 김 의원의 세종시 절충안 제안 이후 이미 '남남'의 길에 들어섰는데 이제와 뭐라 할 게 없다는 얘기다. 친박계 한 핵심의원은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할 말 없다. 자신의 선택 아니냐"며 친박계와의 연결에 선을 그었다.

김 의원도 이날 출마 기자회견 뒤 '박 전 대표가 지난번처럼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안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완곡어법일 수 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의원은 "출마에 대해 박 전 대표에게 사전에 말하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친박계에선 한때 '좌장'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지만 이렇다 할 상의도 없이 친이계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행보는 탐탁치 않다는 분위기가 많다. 영남권 한 친박계 의원은 "나온다면 반대하긴 어렵지만 사안이 사안이라"라며 말끝을 흐렸다.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도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김 의원을 고리로 친박 진영을 분열시키려는 속셈 아니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이 "과거는 그만 잊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화합하자"고 출마의 변을 밝혔지만 이번 사건이 화합보다는 새로운 갈등요소가 될 것이란 분석도 적잖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원내대표 자리 하나로 될 일이었으면 이렇게까지 왔겠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도 "지난해 9월 친박계 최경환 의원에게 장관직을 양보한 직후 터진 게 세종시 문제 아니었냐"며 "당직이나 장관직으로 갈등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 같다"고 말했다.

친이계에선 일단 추진해보자는 목소리가 크다. 그동안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비공식적으로 밝힌 친이계 정의화 안경률 의원과 중립성향의 황우여 의원 등이 출마 재고에 들어갔고 중립성향의 이주영 의원은 "김 의원이 나선다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자체 교통정리가 시작됐다. 김무성 의원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히며 의욕을 보여온 친이계 이병석 의원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김 의원은 원내대표 후보 물망에 오르내렸던 고흥길 의원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후보로 발표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은 다음달 4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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