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도약 비결은 리스크잡는 '거미손'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도병욱 기자 | 2010.04.28 08:03

[금융강국 코리아] <1>리스크관리 ③시중은행별 리스크관리 현황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놨다. 은행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 간 나름의 체계를 세워놓고 리스크 관리를 했지만, 이번 금융위기는 또 다른 패러다임을 요구했다.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하루아침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리스크'의 의미부터 되집어 볼 수밖에 없었다.

은행들은 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원들이 수시로 모이는 리스크 관리 회의를 진행했다. 이상 징후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경우 즉시 가동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동시에 리스크 전담임원(CRO, Chief Risk management Officer) 제도를 도입했다. 이들의 권한과 역할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리스크 관리 체계를 바꾼 신한·국민銀= 신한은행은 금융위기 후 리스크관리 조직을 사외이사 중심의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주요 임원·부서장으로 구성된 ALM위원회, 신용정책위원회 등으로 세분화했다.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사업본부별 위험 자본 배분 및 리스크 한도 설정 등을 통해 경영진에게 은행 경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ALM위원회와 신용정책위원회는 이러한 기본 방침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장, 금리, 유동성, 운영리스크와 신용리스크를 각각 관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에만 모두 9번의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소집, 은행 내부 시스템을 점검했다.

신한은행은 또 지난해 전담 그룹 CRO를 선임했다. 지난해 하반기 통합적 리스크관리를 위한 리스크 RM체계도 구축했다. 비즈니스 조직과 접점을 명확히 해 리스크 현안을 적시에 인식하고 복수의 리스크 유형이 결합된 경우에 대한 관리가 수월해졌다. 올해부터는 리스크 보고 통제와 관련된 매트릭스 체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3월에 종합위기관리 체계를 개선했는데 전사적 차원의 위기 감지 역량을 강화하고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한 능동적인 위기관리가 가능해졌다"며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로 이뤄진 협의체를 통해 사전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모든 직원들의 업무를 리스크 관리에 접목해 △Front △Middle △Back 등 세 가지로 나눠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 조직과 제도, 프로세스가 이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이사회 소위원회인 리스크관리위원회가 리스크관리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은행의 경영목표와 사업전략과의 연계성을 감안한 리스크관리 전략수립, 부담 가능한 리스크수준(Risk Appetite) 결정, 리스크관리 정책 및 시스템의 적정성 감독 등을 통해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는 형식이다.

효율적인 리스크관리를 위해 부행장으로 구성된 '리스크관리협의회'를 설치해 리스크관리 전략에 따른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을 감독토록 했다. CRO가 맡고 있는 실무조직인 리스크관리본부는 은행 리스크의 인식, 측정, 통제 및 모니터링, 보고 등 리스크관리 절차 전반을 총괄한다. 리스크 관리와 관련된 주요 사안과 측정결과 등은 리스크관리위원회와 협의회는 물론 은행장에게 즉각 보고된다.


◇위기극복한 우리·하나銀의 새로운 리스크관리= 우리은행에게 '리스크'라는 단어의 울림은 남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파생상품에 잘못 투자해 큰 손실을 입은 탓이다. 그 여진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상황.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폭풍이 몰아치고 난 뒤 우리은행이 가장 강화한 것은 리스크 관리다. 이종휘 행장이 2008년부터 가장 강조하는 단어가 '정도경영'이다. 연체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연체관리 종합대책반을 편성하고, 장기연체에 대한 책임을 강화했다. 큰 피해를 입었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서는 프로세스를 개선해 여러 단계를 거쳐 결정이 이뤄지도록 했다.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한 구조적 개편도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여신 감리부를 리스크관리본부로 편재시켰다. 건전성 점검과 충당금 적립 등 여신관리 기능도 리스크관리본부로 이관했다.

우리금융지주 차원에서도 은행의 리스크 관리 강화가 진행됐다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상시적인 리스크관리를 위한 대시보드(Dashboard)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 이 프로그램으로 지주사와 계열사의 여러 지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관리 체계가 만들어졌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파생상품 리스크관리 강화에 힘을 실었다. 키코 관련 손실로 어려움을 겪은 게 약이 됐다. 우선 고객이 수용 가능한 최대손실 범위 이내에서만 파생상품을 판매하도록 했다. 선물환의 경우 세전영업이익(EBIT)의 2배수, 선물환 이외의 옵션 등에 대해서는 1배수 범위에서만 판매키로 한 것이다.

계약이행보증금 적립비율도 상향조정했다. 2008년 이후 시장의 변동성이 증가된 상황을 고려해 적립비율 구간을 세분화하고 비율을 보수적으로 재조정했다.

이밖에 단순 구조화 상품 외의 파생상품을 판매할 때는 종합리스크관리부, 신용리스크관리부, 준법 지원부 등과 협의를 거치게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파생상품 관련 리스크의 경우 은행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며 "파생상품 때문에 큰 손실을 입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 안 된다는 것이 은행 임직원의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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