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처조카 이한영씨 피살사건 다시 '주목'

동아일보 제공  | 2010.04.21 08:00

한국 망명해 北고위층 실상 폭로...집앞서 권총 피격… 사망전 "간첩"

20일 구속된 김명호, 동명관 씨는 ‘황장엽 씨 살해’라는 구체적인 테러지시를 받고 북한에서 내려왔다는 점에서 1997년 발생한 ‘이한영 씨 피살사건’의 용의자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이한영 씨 피살사건은 한국으로 귀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 씨(사망)의 조카 이한영 씨(사망 당시 37세·사진)가 1997년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살해된 일이다.

1960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 이한영 씨는 성혜림 씨의 언니인 성혜랑 씨의 아들이다. 이 씨는 1978년 모스크바 외국어대 어문학부를 전공한 엘리트 출신으로 프랑스어 연수를 위해 스위스 제네바로 들어간 뒤 1982년 9월 서방으로 탈출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한국에 망명했다.

한국에 망명한 그는 다른 귀순자와 달리 자신의 신분을 공개하고 국내에서 북한 고위층의 실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씨는 1987년 12월 KBS 국제국 러시아어 방송 PD로 입사한 뒤 결혼했다. 결혼 후에도 김정일 위원장과 가족, 측근의 생활을 담은 책 ‘대동강 로열패밀리’란 제목의 책을 펴내 북한 정권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러던 중 1997년 2월 15일 오후 9시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괴한 2명에 의해 총기로 피격당해 10일 후 사망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 국정원은 “이 씨가 대동강 로열패밀리를 저술해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이라고 책임을 피했다. 이에 유가족은 “국가에 막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에게 실상을 알리려 한 고인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불복하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 사건은 발생 11년 만인 2008년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았다. 2008년 8월 대법원은 이 씨가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 씨의 아내 김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9699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씨도 국가안전기획부의 만류를 무시하고 언론 인터뷰와 TV 출연 등을 통해 노출한 책임이 있다며 국가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이 씨를 살해한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다만 이 씨가 당시 의식을 잃기 전까지 ‘간첩’이라고 말했고, 살해현장에서 북한 간첩들이 많이 사용하는 권총탄피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북한공작조에 의한 테러로 추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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