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제재권한, 금융위로 넘어가나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 2010.04.20 17:39
금융회사 제재 권한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맞붙었다. 금감원에 일부 위임된 제재 권한을 금융위가 회수하겠다고 나선 게 발단이다.

금융위는 이미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치면서 첫 발을 내디뎠다. 금융지주회사법도 손질했다. 증권사나 금융지주사에 대한 제재 중 일부 경징계를 제외하고는 금융위 권한으로 정리됐다. 회사의 경우 기관경고나 주의, 임원의 경우 주의적 경고나 주의 정도만 금감원의 권한으로 남는다.

지난 19일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은행법 개정안 수정 내용도 비슷한 내용이다. 현행 은행법의 경우 행장을 비롯한 임원이 '직무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아야만 최종 제재권자가 금융위원회가 된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의 경우다.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거액의 손실을 냈고, 당국은 은행법을 위반했다며 '직무정지' 조치를 취했다.

최근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경우는 어떨까. 만일 '주의적 경고'가 나올 경우엔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문책 경고'에 해당된다면 현행 은행법에 따라 김종창 금감원장이 최종 제재권한을 갖지만 금융위가 제출한 개정안에 따르면 제재권한은 금융위로 넘어간다.

금융위는 표면적으론 다른 법과 통일시키겠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면서 그 배경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권고에 따른 법 정비라는 설명을 곁들인다. 국민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행위를 금감원에 맡기는 것은 안 되며 법에 규정해야 한다는 것. 금감원의 반발에 대해서도 제재권한을 빼앗는 게 아니라고 반박한다. 법조문만 달라질 뿐 시행 형태는 현재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이유다.

반면 금감원의 생각은 다르다. 제재 권한을 일단 회수한 뒤 시행령에서 위탁하는 형태 자체가 문제 소지가 더 많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금융회사와 임직원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침익적 행정행위를 국회 동의 없이 시행령 개정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과도한 재량권이란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언제든지 위탁한 권한을 회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칼을 빼앗긴 심판의 '영'이 서겠냐며 검사의 실효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와 제재는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 검사의 완결성도 높아지고 효율적인 검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겉은 이 같은 팽팽한 논리 싸움이지만 이면엔 감정적 불신이 깔려 있다. 어찌 보면 갈등의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금감원에 대한 금융위의 신뢰는 그다지 높지 않다. 과도한 제재가 불러온 폐해도 적잖다는 판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달라질 게 없지만 금융위가 형식적으로나마 스크린을 하게 되면 금감원이 독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금감원은 '금융위의 길들이기'란 시각이 강하다. 현실적으로 달라질 게 없는 상황에서 결제 도장을 찍겠다는 것은 감정적 대응에 불과하다는 것. 오히려 금융위가 정치적 기류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검사와 제재가 분리돼 검사 내용을 잘 모르는 상황에선 정무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적잖다는 얘기다.

2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는 양측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측의 대립을 바라보는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마뜩치 않아 한다. 제재를 받는 입장에서 금융위든 금감원이든 어디서 받든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것. 제재권한 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처럼 쌓여 있는데 금융위와 금감원의 밥그릇 싸움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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