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으로 느낀 자유 "한마리 새되다"

이은정, 사진=유동일 기자 | 2010.04.23 10:27

[이은정 기자의 생생여행]경비행기 오르던 날


- 창공서 맞바람 만나면 하늘에 서 있는 듯 짜릿
- 대지에 선 순간 아쉬움 오래 끝나지 않을 비행



작고 날렵한 유선형의 기체는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대지를 박차고 창공으로 솟구쳤다. 눈으로만 만졌던 하늘을 가슴으로 품으니 세상을 얻은 것처럼 자유롭다. 하늘을 난다는 것은 자유를 품는 것이다. 인간들의 오래된 염원이었던 하늘을 향한 도전. 경비행기 체험은 단순한 레저를 넘어 꿈을 향해 날아가는 신나는 생의 체험이기도 하다.


▶비상탈출이 안된다고요?
시화호 인근 경기국제항공전 행사장. 탁 트인 활주로와 푸른 하늘이 오버랩 되고 한쪽 끝엔 2인용 빨간색 경비행기가 다소곳이 서 있다. 나만을 위한 비행을 준비 중인 경비행기로 걸어가는 느낌이 사뭇 짜릿하다. 대통령 전용기를 타러 가는 대통령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조종을 맡아줄 김영환 예모항공 대표가 '차력쇼'의 한 장면처럼 맨손으로 비행기를 끌고 나왔다. 비행기 안은 꽤 작은 규모인데도 좌석 공간이 넉넉해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조종석 위로 투명한 캐노피를 덮자 왠지 장난감을 탄 것 같은 느낌에 슬쩍 불안해진다. 뜬금없이 '비상탈출’'방법을 질문하자 김 대표는 슬며시 웃으며 경비행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답했다.

이러다가 생떽쥐베리처럼 비행을 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것 아닐까? 기자의 놀란 표정에 김 대표는 걱정도 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친다. 경비행기는 엔진이 꺼져도 동체로 활공하기 때문에 착륙까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즉 기름이 떨어져도 패러글라이딩처럼 날개와 바람을 이용해 착륙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추락 사고를 우려하는 이도 많지만 대부분 조종이 미숙한 조종사가 무리하게 운행을 한탓이지 기체의 결함이 원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단다.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데 갑자기 프로펠러가 굉음을 내며 힘차게 돌기 시작한다. 덩달아 심장도 빨라졌다. 드디어 활주로 앞. 속도를 높이자 온몸으로 엔진의 진동을 느끼며 정신없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치는데 조종을 너무 잘한 탓일까. 기대했던 스릴은 없었다. 하지만 사방이 훤히 뚫린 유리로 가까워지는 하늘은 '자유'였다.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김수영의 시 자유처럼 하늘을 향해 비상해보니 노고지리가 노래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안무서워요?" 헤드셋으로 들리는 조종사의 말에 화끈하게 대답했다. "재밌어요!"

↑시화호 인근에 위치한 경기국제항공전 행사장을 찾아 경비행기 탑승체험을 했다.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치는 순간 사방이 훤히 뚫린 캐노피로 가까워지는 하늘로 그야말로 '자유'였다.

▶아바타 3D도 흉내 못낸 '진짜 비행'
1000피트쯤 올랐을 때 기체는 평행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비행기 무게는 약 250kg. 발로 엔진의 진동을 느끼고 온몸은 심하게 흔들린다. 바로 내 발아래 하늘이 있다.

바람을 가르는 경비행기의 몸짓은 하늘에서 수중발레를 하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시화호 위에서 턴을 할 때는 더욱 그랬다. 거의 옆으로 누운 채 온몸으로 그리는 턴은 스스로가 유연해진 느낌마저 들었다.


김 대표는 "지금 바람은 많이 안 불지만 안개가 약간 끼어있어 운행하기에 좋지는 않다"며 "특히 봄은 겨울철의 차가운 공기를 밀어내는 중이라 기류가 불안정해 많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가을, 겨울처럼 바람이 일정할 때가 가장 비행하기에 좋다는 설명이다.

시화호를 지나 조그만 산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람이 산을 타고 넘어오기 때문에 기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푸른 숲이 가까워져 올수록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그러나 그 현장감은 3D가 감히 흉내 내지 못할 것이었다.

김 대표는 첫 비행 때를 회상했다. "맞바람을 받을 때는 속도가 높아져도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그때 하늘에 서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네요."
하늘을 더 느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안개 심해진 탓에 조금 일찍 착륙하기로 했다. 모든 비행사는 이륙과 착륙때가 가장 신경이 예민해진다. 기체의 흔들림도 심해지고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드디어 대지에 섰다. 짧지만 아쉬웠던 비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자유를 향해 창공을 박차고 올라섰던 순간만큼은 가슴에 남을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끝나지 않은 비행을 계속할 것만 같다.


▶ 경비행기 면허를 취득하려면
조종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필기시험과 비행전문교육기관에서 5시간의 단독비행을 포함해 20시간 비행을 채워야 필기시험과비용은 500만원 정도이며 17세 이상 가능하다.

항공레저 업체는 경기도의 경우 안산, 화성지역에 몰려 있는 편이다. 경비행기는 10~20분가량 탑승체험하며 비용은 5만원 정도다. 대한스포츠 항공협회 홈페이지(www.kulaa.or.kr)에서 지역별로 이용 가능한 항공레저 업체를 찾아볼 수 있다.

▶항공레저 즐기려면
↑오는 30일 개막하는 경기국제항공전에서 선보이는 한국 공군 '블랙이글'의 에어쇼

경비행기,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열기구…. 좀처럼 나서기 힘든 항공레저가 가까워진다.

경기도 안산에서는 미래세대에게 항공우주의 꿈과 희망을 심겠다는 목표로 오는 30일부터 내달 5일까지 국제항공전을 펼친다. 이번 축제는 항공우주 체험을 추가하는 등 보기만 하는 에어쇼에서 탈피, 아시아 최고 규모의 체험 행사를 마련했다.

경기관광공사 최영진 씨는 "올해는 우리나라 대표 전투기 블랙이글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일한 비행기술을 보유한 미국, 호주, 일본, 러시아, 스위스의 에어쇼 팀이 참가해 고난위도의 쇼를 선보이기 때문에 에어쇼를 꼭 참관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비행기 탑승체험은 2천800명이 신청해 국제항공전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항공전에서는 이중 200여명이 10분 내외로 탑승체험을 한다. 이밖에도 항공우주체험관에서는 무중력, 우주유영 등을 즐길 수도 있다.

최 씨는 "국내 경비행기 조종사는 동호인 기준으로 봤을 때 약 15만명 으로 인력수준이 세계에서도 높은 편"이라며 "특히 경기지역은 항공우주산업의 기술, 통신 등 인프라와 동호인의 70%가 있어 산업으로서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항공전의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skyexpo.or.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입장권은 경기도 여행정보 포털사이트(www.ethankyou.co.kr)와 인터파크(www.interpark.com)에서 예매할 수 있다. 성인 입장권은 3000원, 아동ㆍ청소년은 2000원이며 온라인 예매시 각 1000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