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기득권 세력이 양보해야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0.04.20 10:03

MTN 감성인터뷰 '더리더' "개혁은 기득권과의 싸움 가진자가 먼저 양보해야"

"개혁은 기득권과의 싸움이죠.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먼저 양보해야 합니다."

집권 여당의 실세 의원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지는 몰랐다. 표심을 염두에 둔 겉치레 성 발언이 아니어서 더 그랬다. 자판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추고 다시 물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53·서울 서대문구을)은 뭐가 문제냐는 듯한 표정으로 같은 말을 다시 들려줬다.

인터뷰 내내 정 의원의 답변은 유쾌하고 명쾌했다. 에둘러 말하거나 장황한 연설을 늘어놓는 법이 없었다.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데 서너 절의 문장이면 족했다.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장 겸 6·2 지방선거 전략기획위원장이라는 타이틀로도 4집 가요 앨범을 낸 '딴따라' 기질을 감추지 못하는, '튀는' 정치인, 정두언 의원과의 봄날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했다.

대담=최남수 MTN보도본부장, 정리=심재현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 앨범은 잘 나가십니까.
▶ 잘 안 나가죠.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정치인이 가수 하는 걸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 정치인이 노래해서 생기는 이점이 있을까요.
▶ 물론이죠. 우선 유권자들이 좋아해요. 정치인 하면 딱딱하고 위선적이게만 생각하는데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걸 보면 만만하게도 보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도 좋고요.

- 1~3집은 팝송이나 발라드를 불렀는데 4집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하셨습니다.
▶ 히트곡이 없는 4집 가수예요. 무명 중견가수인 셈인데 이대로 끝나면 안 되겠다 했죠. 그런데 발라드로는 승부가 잘 안 나더라고요. 사실 제가 이승철처럼 부를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보니 트로트는 생명력이 길더라고요.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른 김정구 선생은 평생 그 노래 하나로 버텼잖아요. 그래서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습니다.

- 본래 공직에 있다 정치에 입문하셨는데 정치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다른 일이 그렇듯 장단점이 있죠. 거칠고 힘듭니다. 마음 여린 사람은 못 할 거예요. 그 대신 역동적인 면이 있죠. 제겐 맞는 것 같아요. 공직생활을 할 땐 다양한 일을 하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정치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 정치를 시작한 것을 후회한 적은 있으신가요.
▶ 있죠. 낙선한 적도 있으니까요. 결과적으로는 잘 된 것 같아요. 지금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으면 1급 승진이나 바라보다 나갈 날만 기다릴 텐데 여지껏 활동하고 있는 게 다행이죠.



- 한나라당 지방선거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계십니다. 부담이 클 것 같은데요.
▶ 지방선거는 여당에 불리한 선거잖아요. 지금까지 여당이 참패해 왔어요. 그런 패턴에서 이번에도 벗어나긴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기는 선거라면 전략기획위원장 자리를 맡을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도전 가치가 있어서 맡았어요.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는 과거와는 다른 면이 많을 겁니다. 국정 지지율이나 당 지지율이 과거 어느 정권보다 높은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 선거 전략을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 영호남은 지역구도에 갇혀있어서 승부가 뻔하고 결국 수도권 승부가 중요합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가 중요하죠.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면 전체 승부도 이기는 걸로 생각할 겁니다.

-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트위터를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 새로운 의사전달체계, 뉴미디어에 대한 규제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 새로운 산업이고 문화인데 이걸 규제하다 보면 세계 흐름에 뒤처집니다. 우리가 정보통신 강국인데 트위터를 규제하겠다는 것은 시대에 안 맞는 것 아닌가요.

-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자율 규제에 맡겨야죠. 처음에는 부작용이 있겠지만 곧 자율규제 수단이 생길 거고 정부는 그런 걸 뒷받침하면 됩니다.

- 무상급식 전면 시행이 지방선거 대형 이슈로 떠오르면서 한쪽에선 필요하다 다른 쪽에선 포퓰리즘이다 말이 많습니다.
▶선거 때는 포퓰리즘 정책이 많이 나오죠. 무상급식도 마찬가집니다. 잘못된 포퓰리즘이에요. 서민 대상 무상급식은 이미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걸 굳이 부자에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한나라당 주장은 부자 무상급식할 돈으로 서민 무상급식·보육을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 당내에서 무상급식 전면 시행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나오던데요.
▶ 원희룡 의원이 찬성하고 있는데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우리 당 방침은 부자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하기 보단 서민 무상급식·보육을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 세종시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데 해법은 뭐라고 보십니까.
▶ 사실 세종시 이슈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득실을 떠나 제시한 겁니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풀어야 한다고 한 거죠. 아쉽게도 지금은 천안함과 함께 침몰한 상태입니다. 세종시 문제를 지금 풀지 못하면 다음번 총선이나 대선까지 이어질 겁니다. 국정혼선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죠. 우선 당내 6인 중진협의체에서 결론을 내놓고 의원총회에서 논의해 당론을 정한 다음 국회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 당내 의견 모으는 게 여의치 않아 보인다는 게 중론인 것 같은데요.
▶ 민주주의라는 것은 항상 반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토론해서 절충이 안 되면 표결하는 겁니다. 당헌 당규에 절차가 있으니 그대로 따르면 됩니다.

- 일부에선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안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 여론조사하면 국민투표가 낫다는 게 압도적입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지금 당에서 결론을 못 내고 있고 국회 처리도 난망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일부 부처만 이전하자는 절충안도 있는데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개인적으로는 수정안이라는 게 부처 이전은 안 된다는 점에서 나왔기 때문에 일부 부처라도 이전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정부 부처 대신 다른 기관이 가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겠죠. 그것을 포함해 토론한 뒤 결과에 따르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혁신도시나 기업도시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 차질 없이 진행되는 건가요.
▶ 그런 우려와 오해 때문에 기업도시나 혁신도시는 더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오히려 득을 본 셈이죠.

- 한 일간지에 기고하신 '4대강 사업은 왜 생명을 살리는 일인가'라는 글을 봤습니다. 4대강 사업을 두고 찬반 갈등이 큰데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 갈등을 풀어나간다고 하기 전에 4대강 사업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한 거죠.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강이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강은 변하거든요. 도시가 변하는데 강이 그대로면 강은 죽습니다. 서울만 해도 한강을 그대로 뒀으면 하수구가 됐을 겁니다. 한강이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어서 배도 다니고 낚시도 하는 겁니다. 이대로 두면 낙동강도 하수구로 변하게 됩니다. 4대강 사업은 강을 원래 목적대로 쓰기 위해 강을 바꾸자는 겁니다.

- 종교단체에서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 충분히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 것은 불찰입니다. 사후 조치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라도 노력한다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개헌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 87년 체제라고 하죠. 1987년에 개헌이 되고 20년이 지나면서 지금 시대에 안 맞는 부분이 많습니다. 당장 대통령 단임제 폐해를 보고 있지 않습니까.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5년마다 대통령 단임제의 부정적인 측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사전횡, 친인척 비리, 대통령 탈당, 정치보복 등 반복되는 역사를 언제까지 갖고 갈 거냐는 회의가 팽배합니다.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겁니다.

- 대통령 중임제나 내각제 개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개인적으로 대통령제는 현실에 뒤떨어져 있다고 봅니다. 분권형 대통령제 형식으로 가야 한다고 봐요. 다 포함해 논의해야 합니다.

- 그런 논의 바탕에 깔린 문제 중 하나가 지역감정 해소일 텐데 어떤 제도를 어떻게 고쳐 완화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 그래서 선거구제를 바꾸자는 겁니다. 영남에서 민주당, 호남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게 하자는 거죠. 이를테면 권역별 선거구제인데 여야가 공감하는 부분이 적잖은 것 같습니다.

-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이고 교육 문제에 대해 많은 안을 내놓으셨습니다.
▶ 교육 개혁은 기득권과의 싸움입니다. 번번이 타협하고 있죠. 쉽진 않지만 우리 정부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그동안 외고 개혁이나 학원 심야교습 제한 등이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아직도 개혁할 부분이 많습니다.

- 수능문제를 교육방송(EBS)에서 출제한다고 하던데요.
▶ 단기적으로는 그런 방안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또 다른 사교육을 만들어내게 되죠. 결국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겁니다.

- 우리 문제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 보다는 붕어빵식 대량 생산에 몰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 엄청난 비용을 들여 교육 시키는데 도움이 안 되는 교육이란 게 얼마나 비참합니까. 교육 기득권이란 게 지금 체제에서 혜택을 누리는 층을 말합니다. 외고나 특혜를 받는 학교체제에서 벗어나야죠. 일류대학도 기득권인데 이런 걸 깨야 합니다.

-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경제성장은 이뤘지만 양극화 등 수많은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앞으로 역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 사회가 이념, 좌우 구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도 이념에서 벗어났기 때문 아닙니까. 한나라당이 재집권하려면 이념의 무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보수에 머물고 있죠. 국제사회 현실에서 봐도 중도실용이 맞습니다. 모든 걸 중산층에 맞춰 국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꿈이 있다면 밝혀주시죠.
▶ 우리 사회가 선진국 문턱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선진국으로 올라서려면 사회 신뢰의 벽을 뛰어넘어야 하거든요. 그런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득권이 모범을 보이고 양보하는 사회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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