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에 빠진 88골프장 매각 작업

더벨 민경문 기자 | 2010.04.19 10:36

두차례 유찰에도 불구 핑계거리만 찾는 국가보훈처

더벨|이 기사는 04월16일(07:4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가보훈처 소유의 88골프장은 애초부터 매각 성사가 쉽지 않은 매물이었다. 리조트 사업의 낮은 사업성, 유휴 부지 개발 인허가 문제 등이 난제로 지적돼 왔다. 여윳돈이 있는 일부 기업 오너가 ‘과시용’ 으로 매입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수 후보가 없어 본입찰이 두 번이나 무산됐다. 국가보훈처 측은 실패 원인으로 상이군경회의 반대,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가 내부 가이드라인으로 잡았던 4500억원대의 매각 가격이 걸림돌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 했다.

인수합병(M&A)시장의 매물 가격에도 경제학의 기본 원칙이 적용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된다. 매물 가치가 낮아 원매자들이 적을 경우(수요 하락)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국가보훈처는 1차 입찰이 무산됐지만 2차 입찰에서도 88골프장 가격 지침을 그대로 유지했다. 매각주관사인 삼일PwC에서조차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줄곧 해왔던 터였다.

국가보훈처가 한국감정원이 평가한 4500억원대의 가격을 적정 매각가로 생각하는데 협상의 여지는 없었다. 국유 자산인만큼 적어도 이 정도는 받아야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국가보훈처는 1차 유찰 이후 매각 성사를 위해 입찰 보증금을 낮추는 '당근'을 제시했다. LOI는 꾸준히 들어왔으나 막상 실사 후 본입찰에 응하는 원매자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4500억+α'라는 국가보훈처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 측은 언론에서 예상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문제가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매물에 대한 예상가가 나오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게다가 이 같은 문제를 이유로 수천억원 짜리 딜이 깨진다는 것도 넌센스다.

88골프장 매각 '삼수'에 도전하는 국가보훈처는 이번에 기대 가격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한다. 6월까지 매각을 완료해야 하는 만큼 가격을 낮춰서라도 빨리 끝내라는 기획재정부의 성화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이제서야'라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대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매각이 성사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처음부터 기대치를 낮춤으로써 매각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었다. 국가보훈처가 그동안 시간과 비용만 허비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국가보훈처로서는 두 번의 입찰을 거치면서 적어도 헐값 매각을 막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적어도 핑계 거리는 있는 셈이다.

시행 1년이 훌쩍 지난 공기업 선진화의 현주소가 바로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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