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IPO, 우여곡절 끝 7부 능선 넘어

더벨 김용관 기자, 이재영 기자 | 2010.04.19 09:25

① 상장 발표부터 증권신고서 제출까지...숨가빴던 5개월

더벨|이 기사는 04월16일(10:2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대 딜로 꼽히는 삼성생명보험의 상장 작업이 7부 능선을 넘었다. 상장 의사를 천명하고 주관사를 선정한 지 5개월 만이다.

이제 본격적인 국내외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기대에 부응하는 공모가를 받아내고 내달 초로 예정된 청약 고비만 넘기면 수년간 삼성그룹의 발목을 잡았던 험난했던 상장 과정을 성공리에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삼성생명의 상장 작업은 처음부터 007 작전처럼 엄격한 보안을 유지한 채 은밀히 진행됐다. 당초 지난해 11월 초까지만 해도 삼성생명의 상장을 예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업계의 시선은 막 주관사 선정을 끝낸 대한생명보험 상장에 쏠려있었다.

단초를 제공한 것은 대한생명 주관사로 선정된 골드만삭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1월11일 최대 2조원 규모로 예상되던 대한생명 상장 주관사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내부 사정'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 무렵 삼성생명 상장이 임박했고 그 주관사를 골드만삭스가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생명은 상장설을 적극 부인했다. 골드만삭스의 대한생명 주관사 포기도 삼성생명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감독원에 상장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11월17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전격적으로 배포했다. 삼성생명의 행보에 업계 관계자들은 '기습'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삼성생명은 단 열흘만에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지었다. 11월23일 입찰제안서 마감→숏리스트 선정→11월25일 설명회(PT)→11월27일 주관사 우선협상자 선정이라는 일정표를 정확히 지킨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모간스탠리가 낙점됐다.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증권사는 골드만삭스와 BofA 메릴린치였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갑작스런 대한생명 주관사 포기와 겹쳐 사전에 정보 교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도 꼬리를 물었다.

국내 주관사로는 미래에셋증권이 '팽' 당했다는 뒷 이야기도 나왔다. 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 등 IPO 시장의 강자들이 대한생명 주관사에 묶여 있던 상황에서 미래에셋증권은 강력한 주관사 후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미래에셋생명 상장 대표주관사로 삼성생명이 단독 선정되자 바터(barter: 실적 교환)로 미래에셋증권이 어느정도 덕을 보지 않겠냐는 해석이 힘을 받았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미래에셋증권을 배려하지 않았다. 주관사로는 물론 인수단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인수단 계열 자산운용사의 공모 참여가 불가능한 현행 제도 때문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면 운용업계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공모 참여가 불가능해진다. 한정된 국내 기관 풀(pool)안에서 초대형 공모를 진행해야 하는 삼성생명이 실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국내 IPO 업계를 1위를 다투는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경쟁에 나서지 못한 상황을 극적으로 활용, 주관사 자격을 따냈다.

이후 삼성생명은 착실히 상장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해 나갔다. 상장 요건을 맞추기 위해 액면분할(5000원→500원)을 실시하고 가치 상승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퇴직연금을 유치했다. 대한생명은 물론 AIA생명·다이이치생명 등 국내외 생명보험사들의 상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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