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의 시대, 칸막이 없애고 시장자율에 맡겨야"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10.04.19 06:10

[머투초대석]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컨트롤타워 만들어 규제할 때 아냐"

ⓒ사진=유동일 기자
"이제 산업간 융합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이 한 번 더 변해야 할 시기가 됐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18일 정부 과천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면을 수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 장관은 "25년 전 공업발전법 규제를 풀고 산업발전법 체제로 넘어갔고, 이 과정에서 오늘날의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생겨났다"며 "정부가 나서기 보다는 시장에 힘을 넣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변화' '개방' '융합'을 화두로 던졌다. 각 분야의 기술, 지식, 서비스를 또 다른 산업에 접목,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이를 위해 연내 '산업융합촉진법' 제정에 정책의 역점을 두겠다고 역설했다.

경제관료 출신의 재선 의원이자 여권의 대표적 '정책통'인 최 장관은 인터뷰 내내 명쾌한 답변을 통해 뚜렷한 소신을 보였다. 특히 IT정책의 '컨트롤타워' 격인 정보통신부가 없어 스마트폰 등 IT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최 장관은 "우리나라 스마트폰이 뒤진 이유는 정통부 시절 위피(WIPI) 규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장관은 "지금은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산업계를) 쥐어짜고 규제할 때가 아니고, 그렇게 해서는 급속한 환경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며 ""융합을 위해 산업 간 칸막이를 없애고 시장자율에 맡겨야 경제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최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대담= 송기용 정경부장, 정리= 임동욱 기자, 사진=유동일 기자

-장관 취임 후 지경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7개월 간 소회는.
▶취임 일성으로 지경부를 '정책부서화' 하겠다고 했다. 지경부가 지난 몇 년간 정책부서로서의 존재감 등이 맡은 업무에 비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새로운 환경에 맞게 정책을 개발하고 리드해 갈 때 정책부서로 자리매김할 수 있고,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이런 생각으로 지난 6~7개월 조직을 이끌어 왔다. 이 기간 동안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나름의 정책을 많이 내 놨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 부품소재, 중견기업 육성정책과 원전 플랜트 등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 항공산업 발전 방안 등을 내놨다. 숨 가쁘게 핵심정책을 마련, 발표했는데 국민소득이 2만 3만 4만 달러로 가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정책을 개발했다.

-UAE 원전 수주 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얼마 전 야당은 UAE 원전 덤핑수주를 주장했다.
▶주로 외신에 돌아다니는 내용이고, 우리와 경쟁하다 최종 입찰에서 떨어진 프랑스의 논리다. (UAE 수주모델과) 똑같은 모델인 신고리 3.4호를 현재 국내에 건설하고 있지 않나. 신고리 3.4호기 2개 원전을 건설하는데 5조5000억이 든다. 4개면 11조원이고, 달러로 환산하면 90억 달러다. UAE에 4기의 원전을 200억 달러에 팔았으니 국내의 2배 수준에 수주한 거다. 물론 해외에 건설하는 거고 해외 원전수주가 처음이니까 리스크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계약은 괜찮은 조건이었다.

-추가로 원전 수주가 진행되는 국가는 없나.
▶원전은 긴 협상기간이 필요하다. 몇몇 나라에서 관심 보이고 있고, 잘 하면 (수주)가능성이 있지만 너무 앞서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치 한국이 세계 원전을 모두 수주하는 것처럼 알려지면 불필요한 견제가 있을 수 있다. 좀 참고 기다려 달라. 이미 여러 나라에서 UAE 원전 수출을 계기로 한국에 대해 좋은 평가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 열풍이 불고 있다. 장관도 사용하나.
▶휴대폰 2개를 쓰는데 한 개는 아이폰이다. 보안이 허술하다고 해서 중요 회의 때는 휴대하지 않는 등 개인적으로 활용도가 아이폰 마니아들에 비해 높지는 않다. 하지만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어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은.
▶국내 기업들이 고기능폰 위주의 사업전략을 펼쳤고,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이 부족해 스마트폰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최근 국내업체들이 하드웨어 경쟁력을 토대로 다양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자체 플랫폼을 확보하는 등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어, 조만간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도 모바일SW와 차세대 핵심기술 개발을 집중 지원하고, 산학연 공동 대응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김형오 국회의장이 IT관련부처 통합을 주장했는데.

▶김 의장의 판단과 소신일 수 있겠지만, 지금 (정부가 주도하는) 개발경제 시대로 돌아가자고 하면 되겠나.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를 빨리 없애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컨트롤타워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IT부처 통합에 대해 삼성, LG등 업계 반응은.
▶재계는 (통합을 통해 거대부처가 등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정부가 일일이 방향을 제시하지 않아도 새로운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그게 기업의 생리다. 정부는 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있는지, 있다면 규제를 풀어주고 더 창의적으로 갈 수 있는 방안을 지원해 주면 된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는지.
▶국가 CTO제도를 도입한다고 연구개발(R&D)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R&D현장을 가장 잘 아는 분들이 책임 있는 자리를 맡아줌으로서 ‘기술코리아’의 국격이 올라가게 될 것이다. 우리 기술에 대한 신인도 상승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 많은 성과가 날 것으로 본다. 최근 몇 년간 우리가 먹고 살 먹거리에 해당하는 대형기술을 개발한 성과가 없었는데 앞으로 그런 쪽에서 성과 낼 수 있을 것이다. 황단장은 '삼고초려'해서 모셔왔다. 완강히 고사하는 분을 집요하게 설득했다. R&D 전략 기획에서 솔직히 황단장 이상의 분을 찾기 어렵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전기, 가스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고 보는지.
▶에너지 가격은 기본적으로 원가를 반영한 구조로 갈 수 밖 에 없다. 하지만 에너지 값을 한 번에 올리게 되면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전기요금은 경기회복 속도를 고려해 내년 7월부터 연동제를 도입하고, 가스요금은 올 하반기 이후 연동제 복귀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단, 연동제가 시행되더라도 에너지 공기업의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를 통해 원가 상승요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의 통합 관련 용역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현행 전력산업 구조는 2004년 구조개편 중단 이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과도기적, 기형적 상태다. 그간의 여건변화와 글로벌 흐름, 우리나라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로베이스에서 6월 말까지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우조선, 하이닉스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그 문제와 관련해 채권단이 과연 매각에 최선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채권단이 기본적으로 (이들 회사를) 자신들의 자회사 비슷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엔조이' 하려는 면도 보인다. 외환위기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됐는데 채권단이 스스로 돈을 벌어서 취득한 회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빨리 시장에 돌려주는 것이 국민경제에 유익하다.

-민유성 산업은행장과도 이 문제를 논의 했나.
▶그렇다. 환란 전에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지만 지금은 채권단 중심으로 (매각작업이) 제도화돼 있다. 채권단이 의식을 갖고 움직여 줘야만 한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채권단은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움직여줘야 한다.

-재임 중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재임 중 이룰 업적에 대해 생각한 적은 없다. 우리 경제가 소득 1만~2만 달러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상황이고, 경제가 다이나믹스(역동성)를 많이 잃어버렸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소득 3만, 4만 달러로 갈 수 있는 경제체질을 만들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고, (장관 재임 중) 여기에 일조할 수 있다면 퇴임 후에 보람을 느낄 것 같다.

-주무 장관으로서 기업인들을 많이 만날텐데, 주로 어떤 내용을 건의하나.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내용이 가장 많다.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이 단골 건의 사항이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뛰고 있는데 어떤 대책이 있나.
▶원자재 값 상승 시 우리만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수출과 국제수지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밖 에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원자재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국제 시세 상승을 '외생 변수'로 받아들일 수 밖 에 없다. 수급을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할 상황이다. 생산성 향상이나 경쟁력 강화노력으로 이를 대체할 수 밖 에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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