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백기 들었다…EU에 구제금융 공식요청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0.04.16 09:52

시장 '그리스 구제 불능' 베팅에 결국 "지원방안 논의하자"로 전향

그리스가 15일(현지시간) 채무 해소를 위한 300억유로의 지원 방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유럽연합(EU)에 전달했다.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지금껏 그리스의 요구가 있어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었으므로 그리스가 공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한 것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는 평가다.

또한 투자자들의 '그리스 구제 불능' 베팅에 결국 백기 투항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오르기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유럽위원회(EC)에 보낸 서신에서 "EC, 유럽중앙은행(ECB), IMF와 다년간의 경제정책 프로그램을 의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한은 그리스가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연금개혁 등 재정 건전화 방안을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과 IMF의 금융지원을 받기로 결정한다면 그 지원을 받아 (구조조정)방안이 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가 항복했다'며 이 서한이 그리스 재정위기 해소에 대한 비관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그리스는 실제 지원을 요청하지도 받지도 않았지만, 지원 약속을 받은 것만으로 국채를 발행하거나 만기도래 채무를 상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앞서 유로존이 300억유로를 지원하고 IMF가 추가로 100억~15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시장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우선 독일이 약속한 80억유로를 순조롭게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됐다. 독일이 그리스 지원금을 집행하자면 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독일 내 여전히 부정적 여론이 높다. 그리스의 천문학적 재정적자에 비춰 최대 450억유로인 지원금이 과연 충분한지도 의문이었다.

그리스 CDS 추이

이에 따라 그리스 국채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 세계적인 신용 위험국에 육박할 정도로 높았다. FT에 따르면 그리스 CDS 프리미엄은 지난 15일 432bp를 기록했다. 채권 1000만유로에 대한 보험금이 43만2000유로라는 뜻이다. 고점인 443bp(4월8일)에서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다른 유럽국에 비해 높았다.

10년물 그리스 국채 수익률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기준이 되는 독일 국채 수익률과 스프레드가 426bp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그리스 경제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자존심'을 접고 끝내 구원의 손길을 요청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재무장관의 서한이 발표된 후 그리스-독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400bp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그리스 재정위기가 큰 고비를 넘겼지만 탄탄대로가 펼쳐진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EU와 IMF가 그리스 지원책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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