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CD금리' 그 뒤에 기업은행이 있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0.04.16 08:04

"수천억 저리 발행 하락 유도" vs "단기자금 CD 수요 몰리며 금리 하락"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하락이 심상찮다. 이달 들어 벌써 0.33%포인트나 떨어졌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수천억 원 규모의 CD를 낮은 금리로 발행한 탓이 크다. 시장에선 정부가 CD연동 주택담보대출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특수은행을 이용,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6일 연2.33%로 4200억 원 규모의 CD를 발행했다. 14일에도 2.3%의 낮은 금리로 2800억 원의 CD를 발행했다. 이 여파로 CD금리가 2주 새 2.78%에서 2,45%로 하락했다.

◇CD금리 급락...그 뒤엔 '정부'?= 올해 CD금리는 2.88%에서 2개월이 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달 5일 2.86%로 소폭 떨어진 후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다 이달 들어선 하루에 0.1%포인트씩 떨어지는 등 급락 양상이다.

CD금리가 하락한 배경엔 기업은행이 있었다. 기업은행이 낮은 금리로 수천억에 달하는 규모의 CD를 여러 차례 발행한 것. 기업은행은 지난 6일 4200억 원 규모의 CD를 2.33%로 발행한데 이어 12일엔 2.25∼2.30%로 4900억 원, 14일엔 2.3%의 금리로 2800억 원어치를 내놨다.

올 들어 발행한 2조2000억 원 규모의 CD 중 절반이 넘는 1조1900억 원어치가 2주 새 발행된 셈이다. 금리는 갈수록 낮아졌다. 지난 3월만 해도 2.7∼2.8%선이었던 발행금리가 2.3%대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후 CD금리는 하루만에 2.72%에서 2.63%로 1%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CD연동 주택담보대출자들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CD금리를 낮추는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CD금리가 급락한 배경엔 정부의 저금리 기조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며 "시장에 CD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은행이 CD금리를 끌어내리기 위해 대규모 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측은 이에 대해 "예대율 규제 때문에 대상이 아닌 CD 발행이 없었던 상황에서 머니마켓펀드(MMF)의 CD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행은 4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중금채와 CD 물량 3조7000억 원갚기 위한 일환으로 CD를 신규 발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CD연동 대출금리 하락, 고객들에겐 호재=고객들은 CD금리 하락을 반기는 분위기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낮아지니 그만큼 부담이 줄어드는 이유에서다.

실제 은행별 CD연동 대출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은행별로 대출금리가 0.17∼0.63%포인트 떨어졌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4.46∼5.94%에서 지난 14일 현재 4.29∼5.59%로 0.17∼0.35%포인트 하락했다. 신한은행도 4.88∼5.88%에서 4.45∼5.45%로 0.43%포인트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0.63%포인트, 하나은행은 0.43%포인트 떨어졌다. 각 은행에서 CD연동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들의 부담은 확실히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CD 금리 급락으로 은행들은 울상이다. 은행들은 수익성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은행들이 곧 가산 금리를 올릴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이 수익성을 보존하기 위해 기준금리가 하락한 범위만큼 가산 금리를 올린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출을 받는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은 크게 줄지만 은행들의 수익은 감소한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가산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이 CD금리 연동으로 돼 있어 결국 이자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설명은 다르다. 현재 금융채와 CD금리 간 괴리가 너무 커 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시장에서 CD발행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 수요가 많기 때문에 발행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예대율 규제 때문에 지난해 중순부터 CD 발행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대출이 없는 상태에서 예금만 늘고 있어 굳이 자금을 끌어 모을 필요가 없어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선 단기 자금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다른 시중은행들이 CD를 발행하지 않다보니 기업은행이 주목을 받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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