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정책 스탠스가 달라진다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10.04.15 15:26

'환율주권론자' 라인업 완성… 시장도 개입 경계감 높아

원/달러 환율이 1110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연저점을 계속 경신하자 정부의 외환시장에 대한 스탠스가 달라지고 있다. 시장을 주시하며 관망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언제든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제스처를 내보인 것이다.

‘환율주권론자’인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이 복귀한 것이 상징적인 신호탄이었다면 시장에 대해 원론적인 발언을 하던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원화강세가 과도하다"고 표현하며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여기에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최중경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호흡이 잘 맞는 임종룡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허 차관의 후임으로 내정됐다. 이는 정부의 외환시장에 대한 정책의 기조가 이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7원 내린 1107.5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08년 9월10일 1095.50원 이후 1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오후 2시38분 1107.2원으로 장중 연저점을 경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달러화 약세 기조 속에 외국인의 주식매수, 국가신용등급 상향, 싱가포르의 통화절상 방침에 따른 중국 위안화 절상 임박설 등이 맞물리며 환율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환율이 연일 저점을 경신하면서 외환시장에 대한 당국의 태도도 달라졌다.

가장 먼저 눈 여겨 볼 대목은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한 지난 14일 밤 허 차관이 KBS와 SBS 등 공중파의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의 시각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허 차관은 "환율이 과도하게 절상됐다는 의구심이 들어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가 좋아진 면도 있지만 중국 위안화의 절상 기대에 따른 투기심리도 가세했다는 게 허 차관의 시각이었다.

그동안 당국이 환율과 관련된 발언을 극도로 아껴 왔다는 점에서 허 장관의 발언이 갖는 무게감은 적지 않다. 특히 '과도한 절상' '투기심리' 등은 즉흥적으로 꺼낸 말이 아니라 시점과 수위를 조절한 표현으로 읽혀진다.

1110원이 깨지면서 환율하락에 대한 당국의 긴장감도 고조되는 분위기였다. 당국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시장 역시 개입에 대한 경계감을 높였다. 미세조정을 넘어선 개입에 대해 양쪽 다 시점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외환당국의 보폭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차관인사가 났다. 합리적이긴 하나 허 차관에 비해서 덜 시장친화적인 것으로 알려진 임 차관의 기용은 최 수석 복귀와 함께 외환당국의 대응방식이 달라 질 수 있다는 암시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차관이 바뀌었다고 해서 윤증현 장관이 전개해 온 정책기조가 확 변하지는 않겠지만 스타일이 다른 데서 오는 변화는 불가피하지 않겠냐"며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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