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플만 배불린 보조금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0.04.16 07:05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통신사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통신사들은 업계에서 '갑'이다.
 
통신사들이 '갑'인 이유는 각종 콘텐츠가 통신사들을 통해 유통되고 무엇보다 휴대폰 단말기가 통신사를 통해 팔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빼고 단말기 제조사도 통신사와 관계에서 '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통신사들이 단말기 판매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적어도 실적부문에서는 '갑'다운 대접을 받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올 1분기에 SK텔레콤과 KT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도 '어닝쇼크'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SK텔레콤KT의 수익악화는 직·간접적으로 '아이폰'에 발목이 잡혀 마케팅비용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무소속 송훈석 의원에 따르면 SK텔레콤은 'T옴니아'에 대해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1477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고, KT는 '아이폰'에 1660억원의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보조금은 당장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비자는 결국 비싼 통신요금으로 매달 보조금을 갚아나가야 한다. 보조금의 진정한 혜택은 단말기 제조사가 누린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분기에 사상 최대인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도체업황이 좋았지만 휴대폰사업에서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20일 실적발표를 하는 애플도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30% 이상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의 실적호조 요인이 "한국에서 '아이폰'을 팔기 시작하면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도는데, 충분히 가능한 추정이 아닌가 싶다. 이러니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은 삼성전자, KT는 애플의 배만 불려준 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보조금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통신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보조금이 사라지면 소비자 후생이 없어질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보조금 축소는 요금인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비자 후생은 악화되지 않는다.
 
이제 통신사도 소비자도 아닌 단말기 제조사, 특히 애플만 살찌우는 보조금을 요금인하로 연결하는 방안을 통신사와 정부는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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