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軍이여,더이상 눈감지 말라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 2010.04.16 13:03
"생존 장병과 실종자 가족들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생각하니 눈을 감고 싶은 심정이다."

이상의 합참의장이 14일 밤 국방부 기자실에 들렀을 때 한 말이다. 물론 이는 수면 위로 드러난 천안함을 보며 이 의장이 느낀 개인적 소회다. 군 책임자로서 비통함을 느꼈을 것이다. 당연함 말이고 마땅한 감정이다. 하지만 "눈을 감고 싶었다"는 부분은 군 당국의 현실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해서 씁쓸하다.

군은 침몰 직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눈만 감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3주가 지났지만 군은 아직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사고 시각을 놓고 당일에는 9시45분이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15분을 앞당겼다. "9시16분쯤 연락이 끊겼다"는 실종자 여자친구의 증언이 나와 논란이 일자 군은 사고 시각을 9시22분으로 바꿨다.

'생존자 입단속' 논란도 마찬가지다. 군은 생존자들을 격리하고 언론 접촉을 통제했다. 때문에 군이 뭔가 숨기려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결국 군은 지난 7일에서야 생존자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사고 장면이 담긴 열상감지장비(TOD) 화면도 등떠밀려 뒤늦게 공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편집본이어서 비난을 자초했다. 은폐 의혹이 일자 원본을 마지못해 공개하면서 "더 이상의 화면은 없다"고 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심지어 "숨길 이유가 없다. 의심많은 기자 여러분에게 반드시 보여주겠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없다던 화면은 일주일 만에 다시 공개됐다.

사고 원인을 놓고도 군의 행보는 석연찮다. 이 의장은 "추측만 하면 군과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의혹과 불신을 키운 것은 군이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달 29일 "북한군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 2일에 와서는 "어뢰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다 청와대에서 보낸 쪽지를 받고 "'저것은 어뢰, 이것은 기뢰'라는 식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식언(食言)했다.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지만 군의 행보는 이처럼 마뜩찮기만 하다. 군이 눈을 감고 있으니 '의심많은 기자들'은 의심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군이여 제발 눈을 떠라.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