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미 절단면 '너덜너덜', 외부충격 있었던 듯

백령도(인천)=류철호 기자, 김성현 기자, 김훈남 기자 | 2010.04.15 17:16

[르포]20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 드러낸 천안함 함미 육안으로 보니

ⓒ백령도(인천)=이명근 기자
침몰 20일 만에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천안함' 함미는 그야말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오른쪽 절단면은 강한 충격을 받았는지 C자 모양으로 거칠게 찢겨져 있었고 여기저기 흠집 투성이었다.

천안함 함미가 인양된 15일 오후 백령도 연안 인양작업 현장. 오후 1시48분 백령도 용기포항을 출발한 옹진군청 행정지도선 '인천517호'가 20여분 만에 인양 현장 부근에 도착하자 희뿌연 해무 속으로 천안함 함미가 시야에 들어왔다. 침몰사건 이후부터 줄곧 변덕스럽게 심술을 부리던 바다도 이날만은 숨죽이고 있었다.

지도선이 점차 함미를 실은 바지선에 가까워지자 함미 뒷부분에 적힌 천안함 고유번호 '772'와 스크루 윗부분에 쓰여진 '천안'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바지선 위에 놓인 함체는 비록 반쪽이지만 언뜻 봐도 건물 2∼3층 높이는 족히 될 것 같은 육중한 모습이었고 90㎜ 굵기의 인양체인 3개가 걸려 있었다. 바지선 위에서는 40여명의 군 관계자와 인양업체 직원들이 인양 마무리 작업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쇠사슬과 지지대에 의지해 힘없이 바지선 위에 올려져있는 함체의 모습에서는 바다 위를 누비며 대한민국 영해를 수호하던 위용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도색이 여기저기 벗겨지고 색이 바랜 함체는 흉물스럽기까지 했다.

지도선이 함미 뒷부분을 중심으로 함체의 왼쪽 편으로 돌기 시작했다. 함체 좌측면은 별다른 충격 흔적도 없고 상대적으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갑판 위의 무기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배가 절단면의 정면인 바지선 선수 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돌렸다. 선수 쪽에는 함미를 건져 올린 2200t급 민간크레인 '삼아2200호'가 버티고 있어 절단면의 정확한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표면이 종잇장처럼 심하게 구겨져 왕관 모양으로 위로 치솟은 모습은 사건 당시 엄청난 충격이 있었음을 충분히 짐작케 했다. 특히 절단면의 날카롭게 솟아오른 부분이 함체 좌현 쪽으로 밀려 있어 함체 우현에서 강한 충격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하게 했다.

절단면 앞에서는 10여명의 군 관계자들이 사진을 촬영하며 분주히 절단면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고 사병식당과 가스터빈실로 추정되는 함체 내부는 여러 겹의 녹색 그물망으로 촘촘히 둘러싸인 데다 안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크레인을 치우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함체가 바지선에 완벽하게 안착되지 않아 크레인을 치울 수 없다"고 말했다.

지도선이 바지선의 정면을 돌아 함체 우현 쪽으로 진행했다. 우측면은 좌측면과는 달리 여기저기 긁힌 곳이 많았고 절단면도 마치 무딘 칼로 베어낸 듯 불규칙한 톱니 모양으로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갑판 위에 있어야 할 하푼미사일과 어뢰발사대는 유실돼 온데간데없었다.

함미의 좌현은 36m, 우현은 30m로 절단면은 일직선이 아닌 비스듬한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함미 상태로만 봐서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알 수 없다"면서도 "뭔가 강한 충격을 받은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함체 밑 부분에 별다른 충격 흔적이 없고 절단면이 찢긴 것 같은 모습인 점으로 미뤄볼 때 암초 충돌이나 피로파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돌아오는 길에 사고해역을 바라보니 해군 해난구조대(SSU)와 특수전여단(UDT)을 태운 고속단정(RIB) 서너대와 고무보트(IBS) 20여대가 실종자와 유실물 수색작업에 한창이었다. 백령도 해안가에는 파란색 방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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