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에 대해 난감해 질 때"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 2010.04.15 12:10

[CEO에세이]포장과 발뺌보다 진실이 우선

참, 난감했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기자회견을 본 소감이다. 어떤 칼럼니스트의 말처럼 '군의 명예에 치명상'이었다. 멀쩡한 장병까지 환자복을 입혔기 때문이다. 또 모두 눈을 아래로 깔고 죄인들처럼 카메라 앞에 섰다. 아우성치는 여론을 감내하기 힘들었을 게다. 그래서 동정심을 유발해서 뭇매를 조금이라도 피해보려는 군 수뇌부의 고충도 있었을 게다. 그러나 그럴수록 국민들은 군이 의연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국민들은 그들에게 생명과 재산을 맡길 수 있지 않은가. 적의 공격보다 나약한 국군이 더 불안한 것이다.

국회에서 답변을 하는 국방장관에게 북한 개입으로 치우친 발언을 하지 말라는 'VIP 메모'가 언론에 떴다. 그것을 놓고 대통령은 관계치 않았다는 청와대의 발뺌(?) 발표가 있었다. 아무리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일이라도 너무 곤궁한 발표였다. 뭔가 손발이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혹자의 말처럼 "처음부터 공개할 것은 과감히 공개하고 군사기밀과 관계된 사안들은 과감히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해나갔어야" 했다. 한국인들은 국가위기 때마다 역사적으로 여러 번 군과 지도부의 피치 못할(?) 대응 때문에 상처를 깊이 받아왔다. 제5공화국 창설에 핵심으로 참여한 군 출신 정객이 한국전쟁사에 대해 쓴 글이다.

◇"지도부 끗발 순서대로 내빼"

"고 박정희 대통령의 평전으로 유명한 보수논객의 설명이다. 위대한 민족지도자 이승만의 생애에 있어서 서울과 시민, 그리고 군인들을 버리고 몰래 한강을 건넌 뒤 한강 인도교를 폭파한 행위는 일대 오점으로 남게 되었다. 대통령은 국회까지도 버리고 감으로써 210명의 의원 가운데 62명이 서울에 잔류하게 되었다. 이들 중 8명은 피살되고 27명은 납북되거나 실종됐다. 지도부는 끗발 순서대로 몰래 서울을 빠져나갔다. 이승만 대통령은 6월27일 새벽 2시에, 신성모 국방장관도 오후 2시에, 채병덕 육군참모총장은 28일 새벽 2시에 서울을 빠져나갔다. 1592년 조선의 선조와 조정대신들은 남쪽으로부터 북상하는 왜군을 피하여 도성과 백성을 버리고 북쪽 끝 의주로 도망쳤다. 1950년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과 그 막료들은 북쪽으로부터 남진하는 북한군을 피하여 남쪽 끝 부산으로 도망쳤다. 조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종주국 명나라군의 참전이 있었기 때문이라면 대한민국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동맹국 미국을 주축으로 한 UN군의 참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비극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제5공화국 때 '평화의 댐'도 일대 사건이었다. 북한이 만든 '금강산댐'이 무너지면 서울의 63빌딩 13층까지 물폭탄을 맞을 것이라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포장과 발뺌보다 진실이 우선

국민 모두 허둥지둥 성금을 내 방어용 '평화의 댐' 건설에 나섰다. 진실 여부를 떠나 국민들은 놀랄 일이었다. 거액의 무기나 전투기 수입과 관련해서는 쩍하면 국가적 말썽이 일곤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최근 한 대학 특강에서 밝힌 내용이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사흘 만에 하나회를 청산했다. 하나회는 군대 사조직이다. 이것을 없애지 않고는 절대로 민주화되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회고했다. 사실 군은 무한충성을 요구받는다. 허약해서도 발뺌해서도 또 석연치 못해도 안된다. "내 자식 살리겠다고 남의 자식 죽는 꼴 못보겠다"며 수중탐색·구조작업까지 중단시킨 천안함 실종 장병 가족들의 결단은 군에 대한 사랑이다. 이에 충심으로 답해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은 더 그렇다. 토요타코리아의 최근 리콜을 두고 부실조사와 말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대기업인 S전자 반도체공장의 일이다. 백혈병 발병원인이 공장의 유해한 작업환경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에서는 작업환경과 연관성이 없다하고 서울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속 공장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미궁에 빠지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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