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공공성 외면? '이중성' 곳곳서 폭로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0.04.15 07:11

KBS·MBC "입찰가만 빼내 독자행보"…"SBS, 공동중계 의사 전혀 없다"

KBS에 이어 MBC까지 나서서 SBS를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상파방송 사상 초유의 사태다. 도대체 SBS는 무엇을 잘못했기에 두 방송사로부터 '고소'를 당할 처지에 놓였을까.

KBS는 SBS를 향해 "사기행위"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맹공을 퍼부었고, MBC도 "협정위반"이라며 SBS를 몰아세웠다.

KBS와 MBC는 지난 12일과 13일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SBS가 월드컵 중계권 계약 과정에서 불법적이고 상도의에 어긋난 행동을 보였다며 날을 세웠다.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보였다.

조대현 KBS 부사장은 "중계권 협상 과정에서 SBS가 저지른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최기화 MBC 대변인도 "SBS가 방송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행한 불법행위에 대해 민·형사소송 제기를 위한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조만간 변호인단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MBC "이중플레이한게 누군데?"

KBS와 MBC가 SBS에 맹공을 퍼붓는 이유는 이랬다. 방송3사는 그동안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스포츠경기를 공동중계하기 위해 '코리아풀'을 구성했고, 이 '코리아풀'을 통해 중계권을 따냈다. 적어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개최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올해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SBS만 동계올림픽을 중계할 수 있었고, KBS와 MBC는 SBS에 제공받은 방송화면을 뉴스에 한해 내보낼 수 있었다. 지난 2월28일 KBS가 '김연아 스페셜'을 방영한 데 대해 SBS는 바로 다음날 "특집방송에 경기동영상을 일절 사용하지 말라"며 시정조치를 요구해 여론의 비난을 샀다.
 
이때부터 방송3사의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KBS 관계자는 "2006년 방송3사 사장단 모임에서 3사가 공동으로 중계권을 따내기로 합의했는데, SBS가 이 합의를 깨고 단독중계권을 따낸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SBS가 위약금 100억원을 제시했다고?

200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코리아풀' 구성원인 방송3사 사장들은 한자리에 모여 '월드컵과 올림픽' 중계권을 구매하기 위해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5월26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구매의향서를 제출했다. 제안금액은 6300만달러.

이런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중계권료를 2006년 독일월드컵의 2배인 5000만달러를 제시하는 등 국제적으로 스포츠 중계권료 인상 움직임이 나타났다.
 
과열경쟁에 따른 국부유출을 우려한 방송3사는 사상 처음으로 사장들이 직접 '코리아풀 외에 어떤 개별 접촉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교환했다. 그때가 5월30일이다. 당시 합의서에는 단독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해 합의내용을 위반하면 100억원을 내기로 하는 위약조항도 명시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나중에 합의서를 최종 검토하면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문구를 삭제했다고 한다.
 
이렇게 합의서를 작성할 당시에도 KBS와 MBC는 SBS가 몰래 단독플레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MBC 관계자는 "SBS가 지난 12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당시 KBS는 합의서 위반시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SBS 주장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돼 있는데, 위약조항 제안은 SBS가 아니라 MBC가 한 것"이라며 "SBS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SBS는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단 1건의 증거자료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처럼 위약규정을 제안했다고 주장하는 SBS는 코리아풀이 IOC에 구매의향서를 제출하기 훨씬 이전인 5월8일 이미 스포츠마케팅사인 IB스포츠와 비밀합의서를 체결했다는 것이 KBS와 MBC의 주장이다.

방송3사의 '코리아풀' 응찰액이 정해진 이후인 6월15일, SBS는 IOC를 직접 방문해 7250만달러에 올림픽 중계권을 단독으로 따내는데 성공했다. SBS의 중계권료는 코리아풀 응찰책 6300만달러보다 950만달러가 많았다. SBS는 8월7일 FIFA가 제시한 입찰기준액보다 무려 2500만달러 많은 1억4000만달러에 남아공월드컵 중계권까지 단독으로 거머쥐었다.
 
KBS 관계자는 "건설사가 공사수주하듯이 코리아풀의 입찰가를 알고 더 높은 금액을 써내 중계권을 따냈다"며 "게다가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하기 위해 SBS가 직접 계약하지 않고 자회사 SBS인터내셔널을 통해서 계약했다"고 폭로했다.

◇"SBS 비방 따른 손실을 부담하라고?"

SBS의 이중플레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게 KBS와 MBC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SBS는 공동중계를 위해 협상하라는 방통위 권고가 나온 직후에도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박영문 KBS 스포츠국장은 "SBS는 단 한번도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가치산출이 불가능한 것을 제시하는 것은 공동중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연희 MBC 스포츠제작단장도 "SBS가 자율협상에서 회의내용 언론보도 금지, 녹음·녹취금지, 제3자 개입금지 등을 요구했고 이를 위반하면 협상결렬로 간주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협상촉구 공문을 보내니 '공문을 보내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는 식으로 협상에 소극적이었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밝힌 SBS의 요구사항은 △남아공월드컵 방송권료 △아더이벤트 단독 제작에 따른 비용과 손실 △SBS인터내셔널 수수료 등 기존 요구에 덧붙여 △남아공월드컵 방송권의 가치 상승 △공동중계에 따른 SBS의 불이익 △각종 비방에 따른 SBS 손실 △위험부담 비용 △AFC 패키지 배제에 따른 손실 등이다.
 
SBS의 이같은 요구에 KBS와 MBC는 판매액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SBS는 "시청률 자료와 광고자료 등을 활용해 취득원가법, 기회상실비용 포함 원가법, 브랜드가치를 포함한 수익환원법, 공헌도 대가를 포함한 원가법 등으로 충분히 계산할 수 있다"며, 끝까지 금액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기화 MBC 대변인은 "이런 용어들은 회계학 교과서에만 존재할 뿐 현실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사문화된 원가계산법"이라며 "합의를 위반해 방송권을 따내놓고 이제 와서 SBS의 불이익을 운운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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