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인양까지…가족들 두가지 '눈물의 결단'

평택(경기)=김훈남 기자 | 2010.04.15 08:35

"희생줄이자" 인양 결단....희생자 유실우려에도 함미 이동 동의

지난달 26일 서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함미부분이 사건 발생 20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유속이 빠른 사고 해역의 특성 상 한 달 이상 작업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여기에는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두 가지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우선 지난 3일 실종자 가족 협의회가 군 당국에 천안함 실종자 수색·구조활동 중단을 요구한 것은 인양작업을 급진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인 3월27일, 천안함 실종 장병 가족들은 그들이 근무했던 해군 2함대 사령부로 모여 들었다. 사랑하는 아들, 남편, 형제를 바다 속에 둔 가족들은 실종자의 생존여부 확인과 조속한 구조 활동을 군 당국에 강력히 요구했다.

그동안 고성과 마찰도 수차례다. 해군 사령부 관계자는 가족들에게 현장 상황을 성명하다 쫓겨나기를 반복했고 답답한 심정을 성토하는 가족도 여럿. 여기에 진척 없는 구조 활동으로 사태는 장기화됐다.

지난 3일 실종자 가족 협의회는 군 당국에 실종자 가족 협의회는 더 이상의 무고한 인력 희생을 원치 않고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가정아래 인양작업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고 한주호 준위의 순직과 제98금양호 침몰, 천안함의 첫 희생자 고 남기훈 상사의 발견이 주된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색·구조 중단을 요구한 시점부터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원인 및 초동대처의 적합성을 파악하는데 주력했고 민군 합동조사단 참여 역시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인양작업 역시 순탄치 않았다. 백령도 현지의 기상 여건이 급변하는데다 함미의 경우 수심 45m 지점에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 또 하루 3~4회만 돌아오는 정조 시간에만 작업을 해야 하는 특성상 인양작업은 더딘 행보를 걸었다.

함체에 인양용 쇠사슬 연결시도와 실패가 수차례 반복되자 가족들은 또 한 번의 결단을 내렸다. 지난 12일 함미를 백령도 연안 수심 25m지점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에 동의한 것. 예인 도중 희생자 및 함체 파편의 유실이 우려됐으나 신속한 인양을 위해 실종자 가족들은 이를 감수키로 했다.

얕아진 수심, 백령도가 해풍을 막아주는 덕분에 천안함 함미는 예인 후 3일 만에 모습을 되찾게 됐다. 군 당국은 인양된 함미를 바지선에 옮겨 실종자 수색을 마친 뒤 침몰 원인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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