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저축은행 '불공정 꺾기' 9월부터 "불가능"

김익태 오수현 기자 | 2010.04.13 21:31
# 중소 건설업체 A사는 최근 운영자금 5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B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신청했다. 그런데 B저축은행은 대출 조건으로 5억 원짜리 예금에 가입할 것을 요구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A사는 수신계좌를 텄고, 여기로 55억 원이 입금됐다. 이 중 실제 소요자금 50억 원만 인출해 사용했을 뿐 5억 원은 여전히 통장에 남겨 뒀다.

# 시행사인 C사는 D저축은행으로부터 100억 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으려 했다. 그런데 실제 대출은 120억 원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20억 원을 떼 예금을 들어야 했다. 신용이 떨어져 이자를 제 때 낼 수 없을 우려가 있으니 이자조로 20억 원짜리 예금에 가입하라는 저축은행의 요구가 있었던 탓이다.

이처럼 대출 고객의 자발적인 의사와 관계없이 금융상품을 가입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저축은행의 '꺾기'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그동안 은행과 보험 권역과 달리 저축은행에는 꺾기를 규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었지만, 금융당국이 처벌 근거를 마련해 오는 9월부터 시행키로 한데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13일 "개정된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앞으로 저축은행들도 구속성 예금 등과 같은 '꺾기'를 할 수 없게 된다"며 "꺾기를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법 시행령과 감독규정에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과 보험사의 경우 감독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대출 고객의 의사에 반하는 예·적금 등과 같은 구속성 예금이나 방카쉬랑스, 펀드가입을 강제하지 못하게 돼 있다. 여신 대상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예금 구속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내부통제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어겨 당국의 제재를 받은 곳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저축은행의 '꺾기'에 대한 제재가 이뤄진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처벌 근거가 없었던 탓이다. 저축은행의 전신인 상호신용금고는 통상 대출받을 때 상호부금조로 예금을 들었다. 일종의 '계' 형식이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꺾기' 행태는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들은 대출 고객의 신용도가 떨어지는 만큼 이자를 충당할 필요가 있다고 항변한다. 실제 운전자금 한도 산출을 초과해 대출해주고, 그 만큼 예금에 가입하게 해 안정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 특히 PF 대출에서 '꺾기'가 심하게 이뤄지고 있다. 성공 가능성을 보고 돈을 빌려줬지만, 리스크가 큰 만큼 예금을 들게 해 선이자를 떼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종 특성을 감안해도 최근의 영업행태는 대출자에게 이자에 더해 추가적 부담을 부과시키는 것이 명백하다"며 "특히 본업이 아닌 PF 대출에 나서면서 이런 불공정 영업 행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영업행태가 불가능해진다. 지난 3월 개정된 저축은행법은 저축은행이 업무에 관해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꺾기'와 같은 불공정행위를 못하게 하는 근거를 만들도록 한 것이다. 개정된 법은 오는 9월 2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시행세칙은 구속력이 떨어지는 만큼 불공정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은 시행령과 감독규정에 반영해야 한다"며 "법이 시행되면 저축은행의 '꺾기'가 상당 수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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