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괴담' 현실화 우려

더벨 현상경 기자 | 2010.04.13 10:20

11조대 PF대출 중 잠재부실 더 많을 것...요주의등급 여신 주목해야

더벨|이 기사는 04월06일(16:4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작년 중반을 기점으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저축은행 매물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대주주가 조금이라도 매각의사를 보인 곳까지 합치면 20개 이상이 출회됐다.

비슷한 시기. 시장에서는 잠잠했던 부동산PF발 '저축은행 괴담'이 다시 떠돌기 시작했다. "초대형 저축은행 OO사도 어찌될지 모른다", "XX저축은행도 영업정지 가능성이 있다" 등 실명까지 거론됐다.

때를 같이해 감독당국도 연일 분주해졌다. '673개 PF대출사업장 전수조사', '저축은행 특별검사반 설치', '부실저축은행 대주주 블랙리스트 작성 및 특별관리', '총여신대비 PF대출한도 20%로 저하', '후순위채 판매점검' 등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련의 사태에 대한 원인을 '지체되는 건설경기 회복'과 '6월 이후를 기점으로 한 PF대출의 만기도래'로 꼽았다.

부실채권 매각,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근근히 버텨낸 업계가 서서히 "이제는 한계다"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매물이 급증한 것 역시 이를 예견한 대주주들이 손절매 차원에서 매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란 얘기다.

드러난 연체율만 10%대...이조차 빙산의 일각?

익히 알려진대로 저축은행 M&A를 유발하는 업종 리스크의 뇌관은 부동산PF대출 회수율 저하다.

2002년부터 본격화된 부동산PF대출은 저축은행 업계의 '자산불리기' 경쟁과 맞물려 수신비용을 메워줄 고금리 자금운용수단으로 대거 활용됐다. 이제 저축은행의 전체 대출가운데 부동산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만 18.7%(2009년말 기준)에 달할 정도다.



문제는 이 저축은행 PF대출의 ▲높은 연체율 ▲요주의 등급의 '잠재부실' 확대우려 ▲브릿지론 성격으로 인한 낮은 회수율 ▲부족한 대손충당금 등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작년말 기준 저축은행의 총 PF대출잔액은 11.8조원. 금융권 전체잔액(82.4조원)의 14.3% 가량이다. 그리고 이 PF대출의 연체율은 한때 15%에 육박하다가 지난해 중순께 한자릿수로 떨어진 후 연말들어 다시 10%대로 상승했다.



이 10%대의 연체율 수치조차도 캠코(자산관리공사)가 지난 2년간 108개 사업장의 PF대출채권을 매입하면서 간신히 떨어뜨려 놓은 숫자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과 유사한 성격임에도 캠코의 도움을 받지 않았던 증권사 PF대출연체율은 30%에 육박했다.

문제는 이런 연체율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조차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PF대출 건전성을 구분할 때 대개 "6개월 이상 연체여신"을 '고정'으로 분류한다. 그 바로 윗 등급인'요주의' 여신의 경우 이자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인 대출로 구성된다.



그러나 정상채권으로 분류되는 요주의 등급여신 중 해당 PF사업장의 부실로 이미 원금상환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 근근히 이자만을 물고 있는 이른바 '잠재적 부실'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당장의 이자상환 여부가 아닌, 사업장의 회생여부로 판별해야 하는 실제 PF대출부실률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신용평가 업계도 이 같은 우려를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한신정평가는 '저축은행의 최근 위험변화 및 주요 이슈검토'라는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PF여신 가운데 '요주의등급'채권의 비중이 상당히 많음을 지적, 단순히 고정이하 채권지표만을 저축은행 건전성을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주요 메이저급 저축은행들의 PF대출 가운데 요주의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출회수도 힘듯 브릿지론 비중 67%...충당금도 태부족

저축은행의 PF대출은 대부분 브릿지론으로 구성돼 있다. 즉 시행사가 저축은행으로부터 '급전'을 빌려 토지매입금 등으로 단기간에 사용한 후 해당사업장에 대한 지자체 인허가 및 사업승인을 받고 마침내 은행에서 본PF대출을 받으면 곧바로 갚는 형식이다.

달리 말해 한번 사업장이 망가지면 건물조차 올라가지 않는 사업장이 되면서 저축은행이 담보권을 적용, 회수를 추진하더라도 원금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저축은행의 PF대출 잔액 가운데 무려 67.6%가 전부 브릿지론(전체 대출잔액 가운데는 18.2%)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이 PF대출의 부실을 방지하고자 쌓은 대손충당금도 태부족하다. 지방은행들이 고정이하 여신에 대해 쌓은 충당금적립비율은 113.6%(2009년 6월말 기준)일 때 저축은행들의 비율은 단 55.7%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PF대출에 대해 쌓은 대손설정률도 회사마다 다르다. 동일한 고정등급 여신에 대해 A저축은행은 30%의 대손을 설정할 때 B저축은행은 20%의 대손을 설정하는 식이다.

요주의등급 여신에 대해서도 2%대의 대손을 설정한 회사가 있는가 하면 5%대의 대손을 설정한 곳도 있다. 결국 특정 건설사나 PF사업장의 부실이 확정되고 난 이후에야 개별 저축은행의 충당금 비율이 확인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감독당국이 2차례 걸쳐 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PF대출 충당금 추가적립기간을 2010년말까지 연장해 준 여파도 남아있다.

저축은행 업계가 부동산PF 추가손실 예상분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100%를 맞추려면 올해 말까지 기다려야 한다.

결국 저축은행의 PF대출비중과 관련 리스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다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건설사들의 부도위기가 겹치면서 부실은 더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보니 괴담이 돌고 있는 저축은행들 역시 당장의 BIS비율 저하보다는 PF대출 금액이나 비중이 높은 회사들이 포함돼 있다. 업계는 이 괴담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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