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80년대 日 버블과 놀랍도록 닮았다"-노무라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 2010.04.12 17:25
-경제, 정책, 중앙은행 의사결정 방식 유사
-"저물가, 정책공조 고집하면 금리인상 실기할 것"

한국 경제가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버블 형성기와 놀랍도록 닮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시장에 형성되면 새로운 형태의 버블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노무라증권은 12일 '아시아 경제 보고서'에서 "일본은 플라자합의, 한국은 금융위기라는 대형 외부 충격 이후 경기 회복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부터 유사하다"며 경제, 정책, 중앙은행의 의사결정 방식을 들어 조목조목 지적했다.

권영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08~2009년 정책금리를 325bp 인하한 것은 일본은행이 1985년 플라자 합의 후 급격한 엔 강세로 인한 경기 불황을 우려해 1986~1987년 재할인금리를 250bp 인하한 것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비교적 안정된 물가상승률을 근거로 금리 인상의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고 봤다.

한국은 경기 회복에도 원화 강세, 대학등록금 동결, 가스요금 인상 유보 등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 초반으로 하락한 상태다. 이는 일본이 강 엔화와 유가 안정으로 1986~1988년 물가상승률이 0.5%에 머물자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것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이후 일본은 1989년 5월 물가상승률이 3%에 이르자 뒤늦게 금리를 올렸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 총재가 출구전략에서 국제 공조를 강조하는 것도 닮은 점으로 꼽았다. 1987년 10월 미국 증시가 대폭락하자 달러 가치 붕괴를 우려한 미국 정부는 일본에 금리 인하를 요구했고, 일본도 급격한 엔 강세를 막기 위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

또 환율 절상을 억제해야 하는 동시에 재정 건전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무엇보다 양국의 중앙은행이 정부와 정책협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일본에선 사토시 스미타 전 재무부 차관이 총재에 임명되자 일본은행이 정부 기대에 부응하는 통화정책을 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또 집행간부 내 국내파와 국제파가 나뉘어 국제파가 정책 공조를 주도했다.

한국은행도 국제파를 연상시키는 김중수 총재가 주요국과 정책 공조, 정부와 정책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다만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이 1980년대 후반 일본 버블, 1997년 외환위기와 최근 미국 주택버블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저금리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시장에 형성될 경우 한국 경제는 채권 버블, 주택 이외 대출자산 버블 등의 새로운 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 애널리스트는 "물가상승률이 낮아도 지속 가능한 물가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커질 때는 신속히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게 80년대 후반 일본 버블에서 배울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행이 저물가와 정책공조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면 80년대 후반 일본은행과 같이 금리인상에 실기하면서 경기진폭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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