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SBS 소송까지 불사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0.04.12 15:04

기자회견 열고 "SBS 계약과정 불법, 소송한다"…중계권 협상도 고의 지연

KBS가 12일 월드컵 중계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SBS의 단독중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SBS가 중계권 독점계약 과정에서 이중플레이를 했다는 것과 협상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사인 월드컵을 단독 중계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다.

◇SBS 중계권 계약 '이중플레이'

KBS는 우선 SBS의 올림픽 및 월드컵 중계권 독점계약 과정의 부도덕성을 강조했다.

2006년 5월30일 KBS, MBC, SBS는 코리아풀을 구성해 올림픽과 월드컵 등의 중계권을 공동으로 확보하기로 합의하고 합의서를 교환했다. 하지만 SBS는 코리아풀이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출해 중계권을 따냈다.

게다가 SBS는 단독구매를 위해 3사 공동합의전인 5월8일 IB스포츠와 비밀 합의서를 체결했다.

KBS는 SBS의 △3사 사장단 코리아풀 준수 합의 △IB스포츠와 단독계약 추진 비밀 합의 △코리아풀 입찰가 인지후 더 높은 금액으로 단독계약 체결 등을 3중플레이로 규정짓고 방송사로서 도덕성과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조대현 KBS 부사장은 "SBS가 사장단 합의를 깨고 몰래 단독을 체결해 막대한 국부 유출은 물론 국가적 행사를 이윤추구의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말했다.

◇"SBS, 무리한 요구"…협상 고의 지연

KBS는 SBS와의 공동중계 협상 내용도 공개, SBS가 고의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율협상을 권고했음에도 SBS는 소극적으로 협상에 임했다는 설명이다.

KBS는 SBS의 기존 요구인 △남아공월드컵 SBS의 계약액 인정 △아더 이벤트 단독 제작에 따른 비용과 손실 △SBS인터내셔널 수수료 △이자 및 보험료 등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적인 요구는 객관적 기준이 모호하고 정확한 가치 산출이 곤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BS는 △남아공월드컵 방송권의 가치 상승 △공동중계에 따른 SBS의 불이익 △각종 비방에 따른 SBS 손실 △위험비용 부담 △AFC 패키지 배제에 따른 손실 등을 요구했다.


박영문 KBS 스포츠국장은 "SBS는 단 한번도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가치산출이 불가능한 것을 제시하는 것은 공동중계할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계권 협상 과정 소송 제기

KBS는 중계방송 준비를 위한 시간이 촉박해 지난 5일 방송3사 사장단 합의사항을 이행할 것으로 재촉구하는 공문을 SBS에 보냈다. 하지만 SBS는 지난 9일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하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에 KBS는 중계권 협상 과정에서 SBS가 저지른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준안 KBS 법무팀장은 "SBS가 MBC를 포함해 방송국의 손발을 묶어놓고 비밀리에 단독 구매를 진행한 것은 KBS와 MBC의 입찰을 방해한 것"이라며 "협상과 별도로 법적 절차를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송 왜? 공동중계 여론 형성

KBS가 제기한 소송은 공동중계와 무관할 뿐만 아니라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결론이 나지도 않는다. 게다가 KBS가 이번 소송에서 승소해도 중계권은 여전히 SBS측에 남는다.

그럼에도 KBS가 소송이라는 극단적 카드는 내놓은 것은 SBS가 협상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SBS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물어 공동중계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 KBS의 속내인 셈이다.

또 향후 SBS가 월드컵 단독중계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들은 SBS가 월드컵을 단독중계하게 되기까지 KBS나 MBC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조 부사장은 "동계올림픽 중계권도 협상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월드컵도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시청자들에게 KBS가 오해받고 있는 부문을 불식하고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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