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법원의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한명숙 무죄' 판결이 검찰과 법원간 갈등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 김주현 3차장검사는 11일 오후 기자 브리핑을 열고 '한 전 총리 사건 판결의 문제점'이라는 14쪽 분량의 자료를 배포, 판결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곽영욱 진술의 신빙성 ▲임의성 ▲뇌물공여 진술로 곽영욱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 ▲오찬 현장 상황 ▲뇌물 출처 ▲친분관계 ▲뇌물 교부의 동기 ▲오찬 배경 ▲한명숙의 태도 ▲한명숙 측 증인의 신빙성 ▲뇌물 사용처 ▲재판절차상의 문제 등 12가지 쟁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차장검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본 법원의 판단은 진실을 외면한 것"이라며 "법원은 정작 핵심 쟁점들에 대한 판단을 모두 누락하고 한 전 총리의 거짓으로 일관된 주장에는 눈감았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이어 "곽 전 사장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 전 총리와의 친분관계, 뇌물을 줄만한 동기, 자금원에 대한 소명 등의 정황사실 뿐 아니라 한 전 총리의 변명의 합리성과 진술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그러나 법원은 이를 모두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곽 전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재판부가 1000만 원 상당의 골프채 수수와 제주 골프리조트 무료 이용, 인사청탁 등 검찰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차장검사는 "일반적인 뇌물 사건에서 친분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또 "한 전 총리의 진술에는 일관성과 신빙성, 합리성이 모두 결여돼 있는 데도 재판부가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 차장검사는 "곽 전 사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한 전 총리는 재판 과정에서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였어야 할 것"이라며 "한 전 총리는 오히려 곽 전 사장 측에 미안해하는 태도를 보였음에도 법원은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유와 강압수사가 의심된다는 법원의 판단에는 날선 감정을 드러냈다. 김 차장검사는 "아무런 근거 없이 추측과 의심만으로 강압과 회유, 협상을 운운하는 것은 검찰수사를 흠집내고 폄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그 많은 시간을 들여 증거조사를 한 이유가 의문"이라며 "법원은 증거조사 결과를 외면, 형사재판의 기본적인 목표인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지난 9일 곽 전 사장으로부터 뇌물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곽 전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 뇌물의 대가성과 자금 출처 등 다른 쟁점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김준규 검찰총장은 선고 직후 2시간 반에 걸쳐 간부회의를 열고 "진실은 거짓으로 흔들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며 법원의 판단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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