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내지른 공은 상대팀 선수가 가로채거나 경기장 바깥으로 튀어나가기 일쑤였다. 한국 축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게 됐다. 요즘 이와 같은 아쉬움을 다시 느끼게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온실가스 정책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등 정부 부처들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로 확정, 발표했다. 세부 부문별 감축 할당계획은 올 상반기 중 설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나도록 어느 부처가 주무부처가 될 지를 두고 옥신각신하느라 구체화된 정책을 만들지 못했다.
국가 차원의 감축 목표가 정해졌으면 각 경제 주체별로 할당하는 일이 그 다음 수순이다. 누가 가장 많은 부담을 질 지, 어디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또 비용은 얼마나 들고 이를 어떤 원칙과 방법에 따라 분담할지 등도 논의돼야 한다.
이는 주무부처 다툼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논란을 불러오는 얘기다. 기업과 가계 등 전체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주체 간 형평성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비용증가로 이어진다.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일반 가계와 상업 부문의 부담을 늘리면 국민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산업계 안에서도 철강 화학 시멘트 등 탄소 집약도가 높은 업종과 전기·전자, 통신, 유통 등 탄소 집약도가 낮은 업종 간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최근 온실가스 규제 개시시기를 1년 연장키로 했다. 내년 말이 돼야 각 부문·업종별 감축목표가 정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2020년까지 실질적으로 감축정책을 이행할 수 있는 기간이 2년 더 줄어드는 셈이다.
밥그릇 싸움이 먼저인 정부, '맞을 매는 나중에 맞겠다'며 규제개시 시기를 늦추려고만 하는 산업계 사이에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과연 한국은 2020년까지 감축목표를 이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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