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지부진한 온실가스 정책

황국상 기자 | 2010.04.08 18:08
무조건 뻥뻥 공을 내지르기만 하는 한국 축구 대표 팀의 경기가 아쉬웠던 때가 있었다. 세밀하고 날카로운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시킬 실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지른 공은 상대팀 선수가 가로채거나 경기장 바깥으로 튀어나가기 일쑤였다. 한국 축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게 됐다. 요즘 이와 같은 아쉬움을 다시 느끼게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온실가스 정책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등 정부 부처들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로 확정, 발표했다. 세부 부문별 감축 할당계획은 올 상반기 중 설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나도록 어느 부처가 주무부처가 될 지를 두고 옥신각신하느라 구체화된 정책을 만들지 못했다.

국가 차원의 감축 목표가 정해졌으면 각 경제 주체별로 할당하는 일이 그 다음 수순이다. 누가 가장 많은 부담을 질 지, 어디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또 비용은 얼마나 들고 이를 어떤 원칙과 방법에 따라 분담할지 등도 논의돼야 한다.

이는 주무부처 다툼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논란을 불러오는 얘기다. 기업과 가계 등 전체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주체 간 형평성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비용증가로 이어진다.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일반 가계와 상업 부문의 부담을 늘리면 국민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산업계 안에서도 철강 화학 시멘트 등 탄소 집약도가 높은 업종과 전기·전자, 통신, 유통 등 탄소 집약도가 낮은 업종 간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최근 온실가스 규제 개시시기를 1년 연장키로 했다. 내년 말이 돼야 각 부문·업종별 감축목표가 정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2020년까지 실질적으로 감축정책을 이행할 수 있는 기간이 2년 더 줄어드는 셈이다.

밥그릇 싸움이 먼저인 정부, '맞을 매는 나중에 맞겠다'며 규제개시 시기를 늦추려고만 하는 산업계 사이에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과연 한국은 2020년까지 감축목표를 이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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