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검찰 신문에 '침묵' 일관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 2010.04.01 22:48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검찰의 피고인 신문이 우여곡절 끝에 진행됐지만 한 전 총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검찰은 수사부터 재판까지 한 전 총리로부터 단 한 마디의 답변도 듣지 못한 셈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1일 피고인 신문 절차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평행선을 달리자 소송지휘권을 발동, 검찰의 '조건부 피고인 신문'만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에 대한 신문은 재판부가 신문 항목에 대한 변호인단의 의견서를 받고 항목별로 신문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조건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당초 수백개에 달하는 신문사항을 준비했지만 150여개의 질문만 던질 수 있었다.

검찰은 골프채 수수 및 제주도 골프빌리지 무료 이용, 총리공관 오찬 당시의 상황, 아들의 유학비용 출처를 물었지만 한 전 총리는 모든 신문에 불응했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은 신문이 끝난 뒤 "신문 사항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골프 의혹'과 아들 유학 관련 사항"이라면서 "한 전 총리가 5만 달러를 받아 아들 유학비로 썼다는 취지 같은데, 이 부분을 해명하면 공소를 취소하겠느냐"고 따져물었다.


재판부는 앞서 검찰 신문을 생략하고 변호인 신문만 허용하되 검찰에 반대신문 기회를 주는 방안과 양측 신문을 생략하는 방안 등 2가지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검찰의 피고인 신문권이 명문으로 규정돼 있는데도 질문 자체를 막는 것은 법에 반하는 것"이라며 절충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김준규 검찰총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연 뒤 "검사가 피고인을 상대로 질문조차 못하는 재판은 있을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전날 "검찰이 공소사실과 무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흠집내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법이 보장한 권리에 따라 검찰의 신문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김형두 부장판사는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가장 법리적으로 풀어가려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2일 오전 변호인 신문을 거쳐 검찰 구형과 한 전 총리 최후진술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한다. 선고는 오는 9일 오후 2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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