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피고인 신문 '거부'…법리공방 가열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 2010.03.31 22:20
5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의 피고인 신문을 거부하고 나섰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1차 공판에서 한 전 총리는 "검찰의 신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검찰은 그동안 한 전 총리가 의혹에 대해 사실상 침묵해왔다며 이날 피고인 신문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이 사건은 기소도 되기 전에 일부 언론에 피의사실이 공표돼 한 개인을 사회적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며 "검찰의 태도는 수사 전이나 공판 중에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 골프채를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의 태도는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며 "이에 법이 보장한 권리에 따라 검찰의 신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283조2항에 따르면 피고인은 피고인 신문에 진술하지 않거나 개개의 질문에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

◇피고인 신문 거부권 '법리공방'…내일 공판서 결정=검찰은 '검사 또는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공소사실에 대해 신문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296조2항을 근거로 "한 전 총리를 신문할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전 총리가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검찰의 신문 절차는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검찰의 피고인 신문을 거부하고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에만 응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검찰은 피고인 신문을 위해 수백개의 질문을 준비했으며 한 전 총리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추가 정황증거를 공개할 방침이었다.

재판부는 양측의 법리공방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계속되자 두 차례나 휴정하며 검찰 및 변호인단과의 비공개 협의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만 진행하고 이에 대한 검찰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해주는 방안과 검찰과 변호인 모두 피고인 신문 절차를 생략하는 방안 등 2가지의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오성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검사는 "과거 피고인 신문을 제한한 선례가 없었다"며 "검찰 내부에서 논의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결국 다음날 오전 11시20분 공판을 열고 피고인 신문 절차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이후 피고인의 신문 거부권 행사에 대한 첫 사례이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검찰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검찰이 수뢰의 직접 증거도 없이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드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영욱 다시 수감=재판부는 이날 곽영욱 대한통운 전 사장에 대해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직권으로 축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구속집행정지 기간 중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4월 5일까지이던 곽 전 사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4월 1일까지로 단축됐다.

한편 곽 전 사장은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준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네"라고 답변했다. 그는 2008년 제주 골프빌리지를 예약해 달라는 전화를 한 전 총리로부터 직접 받았고 2009년 여름에도 한 전 총리의 요청으로 빌려줬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뇌물공여 사실을 검찰에서 진술하게 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횡령 혐의를 조사받으면서 미국에 체류 중이던 아들에게 송금한 자금 등 외화 사용내용을 추궁당했다"며 "혹시 가족까지 검찰 수사를 받게 될까 두려워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을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초 검찰에서 "한 전 총리에게 3만 달러를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돈을 준 적 없다"고 말을 바꾸고 또 다시 "5만 달러를 줬다"고 번복한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곽 전 사장은 "뇌물공여 사실을 알리는 것이 한 전 총리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어서 건넨 돈의 액수를 3만 달러로 줄여 진술했다"며 "이후 검찰이 '가족은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을 시켜 뇌물 공여 사실을 부인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곽 전 사장은 이어 "하지만 검찰이 이를 믿지 않았고 횡령 혐의로 기소한 이후에도 뇌물공여 여부를 계속 조사했다"며 "당시 건강이 악화돼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조사를 받는 게 너무 힘들어 5만 달러를 공여 사실을 진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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