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금융사고, 회계실수 징계…외국계銀 왜이래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 2010.03.31 11:28

외환銀, 잇단 금융사고ㆍSC제일銀, 회계 실수로 징계

"통역에 할애하는 시간 때문에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기나 하겠습니까."

30일 열린 외환은행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가 리처드 웨커 이사회 의장을 향해 날선 목소리로 불만을 토해냈다. 일부 주주들이 논의되고 있는 안건과 관계없는 사안을 질의하자 웨커 의장이 "안건과 관계된 것에만 답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데 대한 항의성 발언이었다.

요즘 외국계 은행들이 시끄럽다. 외환은행은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로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도쿄와 LA, 시드니 등 해외지점에서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횡령, 부당대출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이어 올해 3월에도 지점장이 고객 계좌에서 27억원을 빼돌린 사건이 발생했다. 은행 내에서 '대표 프라이빗 뱅커(PB)'라 불렸던 직원이 저지른 일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횡령액은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의 끊임없는 금융 사고를 놓고 금융권 안팎에선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매각 건 등으로 조직이 술렁이고 있으니 직원들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일 것"이라며 "금융사고가 더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하루빨리 내부 분위기부터 다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외환은행에 '기관경고'조치를 취했다. 래리 클레인 행장은 이날 주총에서 "영업성과 보고와 관계없는 사항이지만..."이라며 "금융사고로 재무적 손실과 이미지 손실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엄격한 내부통제를 바탕으로 윤리 경영 실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같은 날 주총을 열었던 SC제일은행도 지난 2008년 있었던 회계상 실수 책임으로 감독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SC제일은행은 2008년 4분기 순이익을 당초 411억원 적자로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이를 576억원 흑자로, 지난해 1분기 순이익은 2111억원에서 1124억원으로 정정했다.

하지만 신뢰를 담보로 하는 은행에서 회계상 실수를 일으켰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투명성을 유달리 강조하는 외국계 은행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금감원은 다음달 8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제재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이미 해명한바 있다"며 "제재심위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한편 한국씨티은행은 '정중동(靜中動)'의 양상이다. 전날 주총에서 4연임을 확정받은 하영구 행장을 중심으로 올 해 초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작업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지주회사 설립 본인가를 신청했다. 이르면 다음 달 초에 본인가가 결정되면 하 행장이 지주사 회장도 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