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 베테랑'도 어쩔 수 없었던 극한의 환경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 2010.03.30 20:04

"세계 3번째로 강한 조류…무리한 수색작업도"

침몰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에 투입됐던 해군특수전(UDT) 요원이 30일 잠수병 증세로 순직하면서 수색요원들이 직면하고 있는 '극한' 상황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수색요원들을 괴롭히는 것은 최악의 기상상황이다. 이날 백령도 인근 사고해역에서는 북서풍이 초속 5m의 속도로 불고, 수온은 약 3.9도씨, 유속은 5.33노트로 매우 빠른 상황이었다.

해군 해난구조대 전문장교 A씨는 "약 3~4노트의 조류라는 것은 빌딩 위에서 태풍이 불 때 자기 혼자서 서있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현장의 상황은 A씨가 묘사하는 상황보다 두 배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사고 해역인 우리나라 서해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조류가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잠수사 존 베넷도 우리나라 서해에서 생을 달리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실종장병 수색작전을 펼치던 한주호 준위(53세)는 이날 오후 2시35분 작전해역에 투입됐다 3시경 의식불명에 빠져, 주변의 동료가 긴급히 수면위로 부상시켰다. 미 해군 구조함으로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오후 5시경 운명을 달리했다.

한 준위는 군생활 36년, 해군 특수전(UDT) 부대 경력 35년의 베테랑 수중파괴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청해부대 1진으로 소말리아 해역에서 파병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실종자들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에 무리한 수색작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의 함미가 위치한 지역의 수심은 45m다. 일반적인 스쿠버 장비로 잠수할 경우 최대 수심은 40m로 알려져 있다.


40m의 깊이에서 작업을 할 경우 '잠수병'이 발생하게 된다. 호흡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 질소 기체가 높은 기압 때문에 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고, 잠수요원이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오면 혈액 속에 녹아 있던 질소기체가 기포로 변해 혈액 속을 돌아다니며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 증상이다.

따라서 이 이상의 수심에서 작업할 경우는 SSDS라는 특수 잠수 헬멧을 사용해야 하지만, 이 경우 다이빙을 준비하는 기간에만 3~4일이 추가로 소요된다. 별 수 없이 수색요원들은 40m 이상에서 스크버 장비만으로 작업을 하고, 수면위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자가 치료인 감압을 하는 '편법'으로 대체하고 있다.

A씨는 "SSDS 헬멧을 사용할 경우 3~4일 동안은 다른 작업이 진행이 안 되기 때문에 잠수사들이 안전규정을 위배하는 것을 감수하고 잠수에 돌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군 당국은 수색요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일시적으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군 당국은 조류의 흐름이 약해지는 이날 오후 9시경을 전후해 실종자 수색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실종자 수색 작업에는 해난 구조대와 특전사 잠수원 약 170명이 함미와 함수부분으로 나뉘어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으며, 총 19척의 한미해군함정과 8대 헬기가 이들의 수색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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