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m 해저에서 멈춰버린 '생명'시계

백령도(인천)=류철호 기자 | 2010.03.29 20:30

[르포]긴장감 가득한 '천안함' 수색작업 현장‥"오늘이 마지막 기회다"

'천안함'이 침몰한지 나흘째를 맞은 29일 오후 백령도 서남쪽 2.7㎞ 해역.

백령도 용기포구에서 오후 12시50분쯤 해군 YF수송정을 타고 출발해 시속 20노트(36㎞)의 속력으로 물살을 가르고 바다 위를 달려 20분 만에 도착한 천안함 함미 수색작업 현장은 평화롭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한 뭍과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었다.

현장에 다다르자 3000t급 구조선인 '광양함'을 정면으로 우로는 상륙함임 성인봉함과 좌로는 소해함(기뢰탐지함)인 양양함이 한눈에 들어왔다. 10여척의 군함들은 500∼800m의 간격을 두고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가 발견된 지점을 원 모양으로 에워싼 채 저인망식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물길을 따라 수송정이 조금 더 함미 발견지점에 가까워지자 파도를 따라 덩실거리는 빨간색 부이가 눈에 띄었다. "저 아래 수십여명의 장병들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마음이 초조해졌다.

부이 주변에서는 죽음과 맞서 싸우며 기적 같은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실종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검은 잠수복을 입은 해난구조대원(SSU) 요원 30여명이 고무보트 7∼8대에 나눠 타고 바다 위를 분주히 움직이며 수색작업에 한창이었다. 하늘에서는 '잠수함 킬러'로 불리는 대잠수함 항공기 '링스(LYNX)' 2대가 요란한 프로펠라 소리를 내며 원을 그리듯 돌면서 수색작업을 지원하고 있었다.


해난구조대 요원들은 성인봉함 함미의 '랜딩데크'를 열어놓고 수시로 교대하며 촌각을 다투는 긴박함 속에서 수색작업을 벌였고 조타실 확성기에서는 수색작업 현황에 대한 군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SSU 요원들이 각 함정에 나눠 타고 현장을 오가며 2명씩 짝을 이뤄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색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접근하지 않겠습니다."

해군본부 임명수 소령은 "안전상 SSU 요원들을 2명씩 짝을 이뤄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천안함의 함미는 수심 45m 지점에 위치해 있고 잠수요원들은 수심 40m 이상에서는 심해잠수장비를 이용해 수색작업을 벌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조팀이 잠수하는 시간이 대략 10분가량으로 실제 한차례 입수해 수색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보다 짧다고 전했다.

20분가량 침몰해역에서 수색작업 현장을 돌아보며 "추가 생존자가 구조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듣기를 간곡히 원했지만 기대로 묻어둔 채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침몰해역의 햇살은 그 어느 때보다 따스했지만 콧등을 때리는 바닷바람은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처럼 너무도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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