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책임공방 속에 흘러간 69시간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10.03.29 18:21
29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 이날 회의는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해 우리 군의 초기 대응문제가 주요 이슈였다. 김 장관이 "초동조치는 완벽하게 이뤄졌다"고 밝히자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함미 발견도 어선이 했는데 해군은 지난 3일 동안 뭐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도 "군이 초동 대응을 잘했다고 하는 주장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사고 이후 군 당국의 조치를 보면 김 장관의 발언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폭발이 일어나고 구조가 이뤄진 것은 70여 분이나 흐른 뒤였다. 군인들을 구조해 낸 것도 해군이 아닌 해경과 민간 어선이었다.

생존자와 군 당국이 사고 전후 정황에 대해 수차례 발언을 번복하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무성의하게 브리핑을 해 군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여기에 군은 사고 직후 만 사흘이 지날 때까지 사고 원인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해 수많은 루머를 양산해 냈다.

문제는 이 같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천안함 선미 부분에 있는 밀폐가 가능한 침실에 머문 탑승자는 21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 중의 산소는 최대 69시간 동안 이들이 호흡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군이 초동 대응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변명하고 있는 사이에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천금보다 귀한 69시간은 흘러가 버리고 말았다.

김 장관은 국회에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사랑하는 남편이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군의 책임자가 할 말은 아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낮을지 모르지만 생존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답했다면 국민은 군의 생존자 수색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군의 대응이 자식을 군에 보냈거나 입대를 앞둔 자식을 둔 이 땅의 많은 부모들에게까지 걱정을 심어주지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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