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베껴가는 신기술, 전쟁서 무기 뺏기는 것"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배혜림 기자 | 2010.03.30 07:32

[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KCL 김영철 변호사


법무법인 KCL의 김영철(55·사진) 변호사는 지적재산권을 연구개발(R&D) 투자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표현한다. 특허라는 보호 장치를 채워두지 않으면 신기술이라는 무기를 제대로 휘두를 수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기술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적절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거꾸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지적재산권을 취득하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투자가 될 것입니다. R&D를 최종적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바로 지적재산권 확보 작업이죠."

지적재산권과 기업 경쟁력 사이의 상관관계는 날로 커지고 있다. 누군가가 신기술을 베낀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특허 출원을 시도했지만 본전조차 건지지 못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신기술이 세상에 공개되기 전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다. 특허시장을 분석하고 사전 장애물을 제거해 기업의 신규 비지니스 진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의 역할이다.

◇기술 전문지식에 최신 트렌드 감각까지=김 변호사는 지난 28년 동안 5만여 건의 국내외 출원과 4000여 건의 분쟁사건을 담당한 지적재산권 분야의 '살아있는 역사'다. 승소율이 무려 80%에 달한다.

김 변호사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법무법인 KCL의 지적재산권팀 역시 압도적인 승소율로 최강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KCL이 소송을 대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상대방이 긴장하고 무척 피곤해 하는 것도 이같이 높은 승소율 때문이다.

지적재산권 소송을 대리하려면 엔지니어 못지않은 기술 전문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기술 지식뿐 아니라 최신 트렌드 감각까지 갖춘 변호사로 꼽힌다.

"디자인과 실용신안, 상표 등 유행에 민감한 분야의 분쟁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각종 잡지뿐 아니라 광고를 유심히 봅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창문을 통해 건물의 간판을 유심히 관찰하죠. 유행에 대한 감각이 쌓이면 실제 소송을 대리할 때 영감과 힌트를 얻게 됩니다."

김 변호사가 담당한 사건 중에는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은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다. 고체 풀의 보통명칭으로 평가될 뻔한 '딱풀'을 상표로 인정받게 해 오히려 딱풀이 고체 풀 시장을 대변하도록 한 케이스도 그의 손을 거쳤다.

증권업에 진출한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IB증권'이라는 상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건 당사자도 김 변호사다. 당시 그는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현대IB증권'과 '현대증권'이라는 상표가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소명해내는 기지를 발휘했다.

이외에도 환인제약의 골다공증 치료제 특허권, 독서대 실용신안권, 넥솔론의 영업비밀 유출 소송 등을 승소로 이끌었다. 현재 에이피시스템의 특허권 소송과 비룡소의 '스쿨버스' 상표권 소송 등을 대리하고 있다.

◇삶의 화두 '봉사'="변호사라는 직업의 본질은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고객에게 고자세를 취하는 변호사들이 많았습니다. 고객의 생각을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하지 않으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법무법인 KCL 김영철 변호사

변호사는 밀착 봉사를 통해 고객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20년 이상 관계를 유지하는 고객이 많은 것도 개업 당시부터 ‘변호사는 봉사자’라는 업무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재단에 기금을 출연하고 한국자폐아사랑협회 지원 활동을 벌이는 등 사회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봉사정신의 생활화인 셈이다.

◇한국 지적재산권 시스템 보완 필요=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 등록 및 관리 제도는 외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해외 학회에도 빠짐없이 나가 우리나라 제도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그는 한국이 일본, 미국, 유럽 등과 더불어 지적재산권 'G5'에 속한다고 자부한다.

"우리나라는 법원과 검찰에 지적재산권 전담부가 배치돼 있고 전문성 측면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특허심판원 심결의 당부를 판단하는 특허법원을 가진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2~3년마다 자리를 옮기는 현행 인사시스템으로는 지적재산권 사건의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경험이 축적된 판사 또는 검사에게 사건을 맡겨야 일관된 판례가 축적되고 재판의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법조가 일원화하면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를 판검사로 선발해 전담 배치해야 한다"며 "그 전이라도 지적재산권 담당 판검사의 인사이동은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허청의 심사 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전문지식을 갖춘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심사관으로 채용해 특허청의 심사 수준을 향상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미국 특허청에 변호사 자격을 가진 심사관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고 말했다.

◇지적재산권 '기업경쟁 무기'로 삼아야=지적재산권은 영업비밀, 도메인네임 등 새로운 영역의 등장으로 그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경제가 활성화할수록 새로운 종류의 지적재산권이 창출될 것"이라며 지적재산권 시장이 무궁무진하게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적재산권 분쟁이 국제화하는 추세인 만큼 기업과 법조계 모두 국제적 시각을 갖춰야 합니다. 특히 기업은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지적재산권을 지속적으로 개발, 무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는 기업이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지적재산권 문제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세심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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